2020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금요일) 강론

2020 사순 2주간 금요일 

오늘 복음의 전반부인 마태오 복음 21장23절에서 대제관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성전에서 가르치고 계시는 예수님을 향해 ‘당신은 무슨 권능으로 이런 일을 합니까?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능을 주었습니까?’라고 따지고 듭니다. 이렇게 따지고 드는 대제관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예수님께서는 포도원을 소재로 한 두 가지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성경에서 포도밭이나, 포도나무에 관한 비유나 상징은 흔히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냅니다. 이 비유 역시 포도밭 주인인 하느님과 소작인인 이스라엘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비유에서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포도밭은 하느님 나라를 가리킵니다. 또한 주인이 파견한 종들은 구약의 예언자들을 상징하며 포도밭 주인의 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소작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을 상징합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하느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수많은 예언자들과 심지어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파견 하시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님마저 배척하고 결국 십자가에 형에 처하고 맙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기존의 소작인인 이스라엘을 내쫓고 새로운 소작인인 교회에 당신 포도밭을 맡기실 것이다 라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내 남편을 만나고, 내 아내를 만납니다. 사랑스런 내 아들, 딸들을 만납니다. 이웃도 만나고 같은 일을 하는 동료도 만납니다. 또한 생면부지의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이처럼 매일같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오십니까?

혹시 포도원 주인의 종이나 아들처럼 보이지는 않는지요? 귀찮을 때는 없었는지요? 때로는 보기만 해도 싫고, 욕하고 험담하고 싶을 때는 없었는지요?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새로운 포도밭을 돌보지 않는 불충한 소작인들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율하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이 바로 예수님께서 만났던 사람들이며,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사람들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당신이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할 만큼 사랑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 자신들임을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2020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