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활 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
오늘날 우리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 스마트한 앱 덕분에 답이 척척 나오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얼마나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지 감탄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머리하고 몸하고 따로 놀기 때문에 삶에 대한 물음과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고통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알려고 하기보다는 아는 것만이라도 실천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오히려 ‘도(道)란 하루하루 떨구어 내는 데 있다’라는 노자의 말처럼 아는 것마저도 자꾸만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저서 「행복론」에서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가져온 원인들의 결과"라며 "고통의 원인을 알고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의문을 가지는 것이 머리가 아프시다면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복되다’고 했으니까 조건 없이 무조건 믿으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예수를 믿는 이유를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믿으면 천당 간다는 데 왜 안 믿느냐는 것입니다. 천당, 지옥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지만 정말로 있다면 예수를 믿으니까 천당 가서 좋고, 천당이나 지옥이 없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은 선택이기 때문에 자신은 무조건 예수 믿는 쪽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들이니까 천당은 따 놓은 당상이지요. 그러니 온통 부활 천지인 이 좋은 계절에 근심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부활의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4월 19일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