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성주간 화요일
오늘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부분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유다의 인물됨입니다.
일단 그는 어느 제자들보다 똑똑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서 돈주머니를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 물정에 밝았다는 것이고, 당시 세상 물정에 밝았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처해있는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다는 로마의 억압에 시달리고 있던 이스라엘을 어떻게 하면 해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며 그러한 그가 처음에 예수님을 만났을 때에 권위 있는 가르침이나 놀라운 능력을 보고 저 분 이야말로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역할은 이스라엘의 구원이나 해방만이 아니라, 온 인류의 구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오늘 독서의 내용처럼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버렸음'을 느끼게 되었던 겁니다. 따라서 유다가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았던 이유는 돈 몇 푼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기가 추구하는 바에 있어서 예수님을 이용해보려 했던 것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죄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마음속에서 울려 오는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고 인간적인 계산만으로 자유롭게 "나의 길"을 택합니다. 성체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전해 주시는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행하게 됩니다.
유다인들 처럼 "우리는 종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요한 8,34) 하느님의 진리를 받아들이고 그 진리에 봉사할 때 참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요한 8,32)는 자유의 역설을 우리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은 삶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이유가 되어야 함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주님안에서 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2020년 성주간 화요일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