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여러분!
따뜻한 햇살과 기분좋은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봄의 기운을 깨우고 있습니다. 성당 화단에는 봄꽃들이 피어나며 물오른 나뭇가지에선 새 잎들이 제자리를 찾아 그늘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모두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앞에 슬기롭게 이 시간들을 이겨낸 것처럼 세상 만물이 하느님의 창조의지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예수님의 부활을 얘기할 때 나비의 일생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그리고 그 어두운 시간들을 지나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아름다운 한 마리의 나비로 성장하는 모습을 예수님의 고난에 찬 생애와 영광스러운 부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번데기와 같은 모습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극복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무엇에 비길 수 없을 만큼 우리는 기쁨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한 마디로 우리네 삶에 있어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낸 기쁨의 순간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부활의 시간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기쁨입니다. 그리고 희망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눈웃음을 치듯이, 자식 커가는 기쁨에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빙그레 웃듯이, 예수님의 부활은 이렇듯 우리네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야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변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의 부활은 빈 무덤을 연상케합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미사없는 교회의 모습은 공동체 전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는 시간이었고 함께하지 못하는 친교의 시간은 그야말로 공허함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텅 빈 상태로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부활하신 빈 무덤은 주님의 부활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빈 무덤을 통해 주님은 죽음을 이기셨고 우리와 함께하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옛날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그대로 지금 부활하시어 우리와 함께 게십니다. 그때와 똑같이 지금도 우리에게 평화를 주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요한 20.26)
2020년 주님부활대축일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