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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단원교육 요지

- 주제 : 수동적인 적극성

-  강사 : 임석수(바오로) 영적지도신부

- 일시 : 2017. 3. 19(일) 13:00

찬미예수님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 40일간을 가리키며, 교회는 이 기간 동안 기도와 단식, 그리고 자선을 실천하며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빠스카 성삼일’을 준비합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직전 단식하신 기간과 이스라엘의 40년간 광야생활과도 관련됩니다.

오늘 강의는 사순절을 지내는 우리 신앙인의 자세에 관하여 묵상하고자 합니다. 우리 삶의 기준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두 가지를 가르쳐 줍니다.

먼저, 십자가의 수동성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하지만, 예수님이 먼저 나서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것이 아닙니다. 최고의회에 서신 것도, 빌라도와 헤로데에게 밤새 끌려 다니신 것도, 가시관을 쓰신 것도, 옷을 벗기고 손과 발에 망치질을 당하신 것도 예수님 스스로 하신 것이 아니라 당하셨습니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털을 깎기는 한 마리 양처럼 수동적으로 당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십자가의 수동적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있다는 것이고, 하느님의 뜻에 내 뜻을 내 뜻을 내어 맡기는 수동성을 말합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님을 찾아와서 아들을 잉태할 것을 알려주었을 때 성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루가 1,38) 이 한 마디 말씀은 보잘 것 없는 시골 처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아니니 당신께서 몸소 하시라는 의탁, 그것은 내 삶의 주도권이 내게 있지 않다는 고백입니다. 나는 당신의 것이니 당신 뜻대로 하소서 하고 나를 하느님께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내 뜻대로 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는 겸손한 응답입니다. 예수님 역시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맡기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수동적인 의미입니다.

한편, 또 다른 중요한 것은 십자가의 적극적인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비록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내어 맡기셨지만, 그 이면에는 예수님의 적극적인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이미 제자들에게 세 차례나 수난 예고를 하셨습니다. 이제 나는 얼마 안가서 사람들에게 잡혀서 고난을 받을 것이다.(마태 16,21 이하, 17,22 이하, 20,17 이하)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요한 13,1)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마태 26,46) 그러고는 십자가 위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예수님께서는 십자가형을 당하실 것을 아시고 자신을 그대로 내어 맡겼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가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당신의 사명을 다 끝내고 이제 마지막 남은 일, 즉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바쳤습니다. 그리하여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완수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적극적으로 걸어가실 수 있었습니다.

돛단배는 돛에 바람을 받아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공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배의 키를 잡아놓고는 바람의 방향에 맞춰서 돛의 방향을 조절합니다. 즉 사공은 바람에 전적으로 자신을 맡기는 수동성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돛의 방향을 조정합니다. 이것이 바로 적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에 맡기면서도 그냥 바람 부는 데로만 떠맡겨 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바람을 안으면서 돛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 이것을 수동적인 적극성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내어 맡김으로써 하느님의 뜻에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당신의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겠다는 적극적인 면도 갖고 있습니다. 이 수동적인 적극성이 바로 예수님 십자가의 의미이고, 우리도 이러한 수동적인 적극성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전례, 신심단체 활동,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 교무금과 헌금 봉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수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이 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한 예로 요즈음 우리가 하고 있는 성경읽기 문제풀이도 마지못해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성경을 읽으면서 문제를 풀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에게도 권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한 수난,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는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하느님의 뜻, 교회의 뜻에 전적으로 내어 맡기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의미이고, 우리 신앙의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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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김엘리사벳 2017.06.19 14:39
    십자가의 수동성과 십자가의 적극성의 뜻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았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신 꾸리아 단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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