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1 23:36

나눔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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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신비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
그 꽃이 시들어가는 건 아니다

내 미소를
너의 입술에 옮겨준다고
내 기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빛은 나누어줄수록
더 밝아지고
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가고
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박노해(1958 ~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