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충만한 빛의 삶을 살아낸 요한 네포묵 사제(516)

 

고해사제는 어떤 경우에도 고해의 비밀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에 누설했을 경우엔 파문에 처해질 만큼 중대한 사안인데요. 이 의무에 충실하려 순교를 당한 성인이 계십니다.

바로 네포묵 사제로 불리는 분인데요. 특이하게도 자신이 태어난 체코의 서부, 보헤미아의 작은 도시 포묵이라는 고장을 이름에 붙여 요한 네포묵이라고 불립니다. 1340년경에 태어나 체코와 이탈리아의 파도바에서 수학했으며 신학과 교회법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서품은 프라하에서 받았습니다. 당시 대주교님께서는 그의 영민함과 특출함을 높이 사 나이를 불문하고 총대리의 직무를 맡기시며 왕과 궁전 관리를 담당하는 어전 사제의 역할까지 하도록 했습니다. 왕은 명성이 자자한 네포묵 사제를 왕비의 고해사제로 임명했는데요. 왕과 대주교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애꿎게도 네포묵 사제에게 불똥이 튑니다. 왕은 프라하 교구를 둘로 쪼갤 작정까지 하며 사제들을 박해하기 시작하며 고문을 불사하는 만행까지 저지르며 특히 네포묵 사제에게 여왕의 고해 비밀을 폭로하라고 협박했던 것입니다. “집에 가서 심사숙고하여 내일 다시 왕궁에 들어올 때는 그 비밀을 말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죽음만이 너를 기다릴 것이다.”라는 폭언을 들었지만 성인은 곧 성모 성지를 방문하여 왕의 회개를 청하며 기꺼이 순교를 당할 수 있는 힘을 간청했다는데요. 이어지는 고문으로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지만 왕비님은 성녀이십니다. 설사 제가 무엇을 안다 해도 결코 고해비밀을 깰 수는 없습니다.”라며 죽음을 불사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굳은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왕은 만신창이가 된 네포묵 사제를 블타바강의 가장 깊은 곳에 수장시키라는 어명을 내립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강기슭에서 시신이 떠올랐고 유해는 성당으로 옮겨졌지요. 성인의 몸에는 고문의 흔적이 적나라하여 익사도 자살도 아니라는 게 분명했지만 왕이 두려워서 누구도 발설할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소리 없는 소문은 프라하 전역으로 퍼졌고 알음알음 순교자로서의 성인에 대한 공경심이 번졌고 마침내 1729319일 교회로부터 공식적인 순교자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블타브강의 물이 이미 성사에 의해서 봉해진 사제의 입을 온전히 봉했네. 블타브강의 물이 순교자의 육신을 옮기는 동안 하늘에서 한 불이 내려와 침묵으로 동행하였네. 고해비밀을 묶는 침묵 안의 충만한 빛이여라며 성인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한 추모시에서 성인의 숭고한 정신을 또렷이 만나게 되는데요. 온 마음과 몸으로 교회의 뜻에 충실했던 성인의 삶은 우리에게 주님의 몸이신 교회의 뜻에 얼마나 강하고 철저하게 순명해야 할지를 잘 가늠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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