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빵을 많게 하는 능력자신데 왜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을 만큼 궁핍한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하셨을까요? 결국 논쟁에 휘말리셨던 이유가 무엇인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루카 6,1)는 구절을 매우 궁핍한 형편에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행동으로 오해하시는군요. 하지만 성경 어디에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굶주렸다는 얘기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궁핍해서 굶주렸을 것이란 추측은 본질을 넘어선 무리수인 것이지요.

당시에 사람들은 여럿이 같이 여행을 했고 함께 길을 가면서 밭을 지나게 되면 이삭에 손을 대는 일은 흔한 행동이었습니다. 때문에 율법도 이런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너희가 이웃의 곡식밭에 들어갈 경우, 손으로 이삭을 자를 수는 있지만 이웃의 곡식에 낫을 대서는 안 된다”(신명 23,26)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날 주님의 제자들은 바리사이들의 주장처럼 이 계명을 어기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예수님의 모든 것을 못마땅해 했던 바리사이들의 왜곡된 시선에 따라 확대해석 되었던 것입니다. 고작 낱알 몇 알을 손으로 비벼 먹은 것을 마치 곡식을 수확하는 노동을 한 것처럼 부풀려서 억지를 부린 셈이니까요.

때문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행위가 노동이 아니라 단순히 먹는 행위라 일갈하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떤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진리를 명명백백히 밝혀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럼으로 이 부분에서 우리가 새겨 묵상할 진리는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 법을 철저히 지키셨지만 언제나 법보다 사람이 우선인 삶을 살으셨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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