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이스카리옷 유다에 관한 질문입니다. 비록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그릇된 결정을 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영원히 용서로부터 제외된다는 선언이 혹독해 보입니다. “성경에 쓰여진 대로 그리 되려고 일이 일어났다라는 말씀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운명에 따른다는 의미 아닙니까?

 

유다의 배신 이야기는 유다가 역사적인 인물인 만큼 지금 성찬례에 참여하는 우리도 주님을 배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신학은 예정이라는 용어를 결정론 및 운명론과 구별해서 사용하는데요. 구원이 전적으로 하느님의 영원한 섭리에 근거하지만 결코 인간의 도덕의지의 자유로운 결정과 상관없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사업을 우리의 배신과 무관하게 당신의 뜻에 따라 펼쳐 나가십니다. 이 점을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사람이 구원을 받는 것은 하느님이 값없이 내리는 은총, 따라서 예정에 의한 것이지만, 사람이 멸망당하는 것은 그 사람의 죄와 죄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는데요. 하느님께서는 이미 당신 구속 사업으로 우리를 구원하셨지만 이에 대한 응답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하느님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의지는 신비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입니다. 모든 사람의 구원은 예정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자유의지의 표현을 통해서 성취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택하신 사람들이 당신의 아들과 같은 모습을 가지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 하느님께서는 미리 정하신 사람들을 불러주시고 부르신 사람들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고,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해주셨습니다”(로마 8,29~30). 우리를 위해서 죽기까지 희생하며 구원의 문을 열어주신 주님의 초대에 응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유일한 구원 티켓입니다. 물론 그에 응답하는 우리의 자의에 의해서 완성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7 현대인의 신앙생활에 귀감이 되는 성 예로니모 에밀리아노 1 월평장재봉신부 2019.02.08 32
1116 헌신적인 삶의 모범, 주교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1월 24일) 월평장재봉신부 2020.01.23 15
1115 장영식 토마스 삼촌 신부님의 귀향 월평장재봉신부 2019.06.13 138
1114 자선의 본질을 몸소 살았던 천주의 요한 성인(3월 8일) 월평장재봉신부 2020.03.18 11
1113 일괄고백과 일괄사죄가 무엇이지요? 월평장재봉신부 2020.07.11 5
1112 은경축을 맞이하며 2 file 월평장재봉신부 2019.02.05 45
» 우리의 노력과 상관없이 우리의 운명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요? 월평장재봉신부 2020.07.20 3
1110 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궁핍을 방관하셨나요? 월평장재봉신부 2020.08.09 6
1109 왕자의 옷 안에 성인의 심장을 지녔던 가시미로 성인(3월 4일) 1 월평장재봉신부 2019.03.03 22
1108 영혼의 힘으로 나약한 육신에 맞섰던 사막의 은수자 안토니오 성인 1 월평장재봉신부 2019.01.17 35
1107 암브로시오 성인 월평장재봉신부 2019.12.07 13
1106 신간 소개(일흔번을 읽고서야 눈뜬 사연) 1 file 월평장재봉신부 2019.03.23 49
1105 사자처럼 용맹하게 열정을 살았던 예로니모 성인 월평장재봉신부 2019.10.01 43
1104 삐뚤삐뚤한 세상, 열받네 1 file 월평장재봉신부 2020.03.20 46
1103 말씀꽃 누르미에 대한 부산일보 기사 월평장재봉신부 2019.03.22 42
1102 마음에 품은 하늘나라를 과감히 살아냈던 동정녀, 성녀 체칠리아 월평장재봉신부 2019.11.21 28
1101 딸을 어떻게 다시 하느님께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월평장재봉신부 2020.08.02 9
1100 대전 삼촌 신부님의 병실에서의 미사 1 월평장재봉신부 2019.03.11 49
1099 꽃다발에 대한 소개글(레지오 마리애 잡지 1월호) file 월평장재봉신부 2020.01.23 24
1098 김무 신부님의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월평장재봉신부 2019.07.13 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6 Next
/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