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블라시오의 삶에 관해서 확인되는 것은 4세기 아르메니아의 세바스테아 주교였다는 것, 아그리꼴라우스 총독의 명에 의해서 순교하였다는 사실뿐입니다. 하지만 성인의 품성을 기리고 추앙하는 이야기는 많이 전해지는데요. 성인의 축일에 두 개의 초를 십자가 형태로 만들어 병자의 목에 대고 강복하는 전통이 생긴 배경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난한 이와 병든 자들을 향했던 성인의 따순 일화가 많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온 마음으로 교회의 모성적 측면을 온전히 살아낸 성인의 삶을 증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라시오는 교구민들의 요청에 따라 젊은 나이에 주교에 오릅니다. 하지만 박해가 극심했던 상황에서 주교 직무를 맡는 것은 결코 영예로운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목숨을 내 놓아야 했기에 한마디로 순교자 후보가 된다는 각오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그 시대의 주교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조차 위험했기에 숲속의 동굴에 은거하는 형편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덕과 기적은 많은 사람들을 감화시켰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신자들이 블라시오 주교에게 상담하며 조언을 듣기 원했다는데요. 많은 사람이 은밀한 곳을 찾아드는 모습은 박해자들에게 블라시오의 거주지를 알려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총독은 서둘러 성인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고 군사들을 파견했지요. 그 때 성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포복을 받았다는데요. 자신이 그리스도교 신자이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책임자임을 당당히 밝혔습니다. 이어지는 갖은 죽음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이제야 천국은 다가왔습니다. 지상의 모든 것은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며 믿음을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다는 점을 천명했던 것입니다.
성인은 316년 참수형을 당하는데요. 이미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이 선포되어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때였으니, 안타까움을 금하기 힘듭니다. 변방에서는 여전히 종교탄압이 횡행했다는 사실이 아픕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성인의 순교였지만 필시 깊고 넓어 헤아릴 길 없는 하느님의 섭리일 줄 믿으며 찬미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