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품은 하늘나라를 과감히 살아냈던 동정녀, 성녀 체칠리아

 

체칠리아 성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전무한 편입니다.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이라는 짐작도 순교 후에 갈리스토 지하묘지에 묻혔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그곳이 교황님들의 묘지 근처에 위치했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다만 성녀의 시동생 성 티부르티우스를 비롯한 다른 성인들이 세베루스 알렉산데르(225-235년 재위) 황제 치하에서 순교하였다는 사실이 로마 순교록에서 확인되기에 성녀도 3세기경에 순교한 것으로 어림합니다.

성녀는 어린 시절,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며 평생 동정을 지킬 것을 서약했는데요. 하지만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어서 이교도 발레리아누스라는 귀족 청년과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신이 하느님을 위해서 동정을 살겠다고 맹세했다는 것을 밝히며 남편의 협조를 구했다는데요. 남편은 성녀의 결정을 존중할 뿐 아니라 세례를 받아서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다가 성녀보다 먼저 순교하여 성인 반열에 오르는 영광을 입습니다.

당시의 행정관 알마키우스는 어린 체칠리아가 지닌 강력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배교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여 사형수에게 적용되던 엄한 형벌을 내렸는데요. 그것은 죄수를 욕실에 가두어 죽이는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욕실에 감금된 지 하루가 지나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성녀는 다시 참수형을 당하게 됩니다.

지금도 로마 갈리스토 지하묘지에서 성녀의 순교 모습을 새긴 대리석 조각품을 볼 수 있는데요. 오른쪽 손가락 세 개와 왼손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삼위일체이며 하나이신 하느님을 증거했던 성녀를 기린 것입니다.

한편 체칠리아가 자신의 결혼식에서 오직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마음속으로 불렀더니 귀에서 결혼식의 음악소리도 사람들의 환호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증언에 따라 1584년에 설립된 로마 음악원의 수호자로 지칭되었는데요. 이후부터 음악과 음악인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게 되었습니다.

억지 혼인마저도 여러 명의 성인을 낳는 귀한 도구로 삼았던 성녀의 삶이야말로 선교의 귀감이며 본으로 꼽게 되는데요. 전해지는 수많은 기적 사화보다 훨씬 소중한 교회의 보물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자신의 온 삶을 아낌없이 소진했던 성녀의 열정이 우리 삶에서도 불같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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