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면 지금 우리와 가장 밀접한 성인은
바로 예로니모가 아닐까 싶은데요.
교회의 권위가 인정하는 불가타 성경,
곧 원본에 가까운 그리스어 사본을 바탕으로
라틴어로 번역해 내신 분이니까요.
덕분에 지금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347년 경 스트리돈의(지금의 슬로베니아)
그리스도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유아세례를 받지 않았고
19세에 교황님께 직접 세례를 받았다는
묘한 개인사가 전해지는데요.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성격이었답니다.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했던 성인의 삶에
그 성격도 한몫을 했으리라 짐작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큰 가시가 박힌 발을 절룩이며 사자가 다가와서
그 가시를 빼 주었더니 사자는 줄곧
성인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때문에 성인의 상본에는 사자가 함께하지요.
물론 교회를 위한 투쟁에서는 사자처럼 용맹하게 맞섰고,
자신에게는 철저한 극기로 결점과 악습의 가시를 제거하려
애썼던 성인의 삶을 선명히 표현한 것입니다.

로마에서 수학했던 성인은
학문의 매력에 흠뻑 매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지하묘지 까따꼼빠를 방문하며
순교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애달파했다는데요.

직장 때문에 옮겨 간 곳, 지금의 트리어에서
매일을 순교의 각오로 살아갈 수 있는
수도원 생활에 푹 빠져 듭니다.
하지만 더 깊고 외로운 수도생활을 원했기에
홀로 사막으로 들어가 은수생활을 합니다.
마침내 “오 사막이여! 하느님의 꽃으로 가득한 사막이여”라며
매우 만족했다는데요.

교황 다마소의 비서로 지명되면서 그 행복은 끝이 나지요.
하지만 교황의 전폭적인 지원은
많은 이들의 질투와 시샘을 받게 했고
많은 적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지만 성인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다만 묵묵히 교황의 하명에 따라
이단의 그릇됨에 대한 저서를 저술하는 일에 매진합니다.
교회를 위한 사랑과 헌신은
맡은 일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입니다.

교황의 서거 후에는 베들레헴으로 거처를 옮겨서
오로지 성경 번역에 힘을 쏟는데요.
드디어 불가타 성경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처럼 최선을 다했던 삶을 살았음에도
“저를 용서하소서. 저는 한낱 지상인에 불과했습니다.”라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는 성인의 임종 모습은
마음을 숙연하게 합니다.

매일 매 순간을 주님의 자비를 청함에 멈춤이 없도록,
마음을 단속하라는 당부로 새기게 됩니다.
“성경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은
그리스도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하느님의 권능과 지혜를 모르는 까닭이다.”라는
성인의 유명한 말을 전해 올리며 마음이 뜨끔한 분들은 어서,
성경읽기에 도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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