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11주일 <매일 자라는 복음 어린이’>

(2021. 6. 13 에제 17,22-24; 2코린 5,6-10; 마르 4,26-34)

 

오늘 복음의 주제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날 그분 주위에 모여든 군중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시는

예수님 표정이 어땠을지 생각해 봅니다.

그곳, 아버지를 그리는 주님의 마음이 살펴져 문득 애잔해집니다.

하늘나라를 죽어서 가는 으드드한 곳으로 여기는 우리,

범인은 도무지 멀고 먼 성스런 곳으로만 생각하는 우리에게

친근하고 쉽게 설명하여 고쳐주시는 그분의 음성을

눈 감고묵상해 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결코 유별난 곳이 아니라고,

땅에 뿌려진 씨앗이 저절로 자라는 것과 같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겨자 씨앗이

여느 풀보다도 더 크게 자라나는 것과 같이,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선물이라는 일깨움을 듣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분께서는 하늘나라가

늘 자라고 팽창한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신 것이라 싶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늘 자라나는사람임을 배우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뿌리셨습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생명의 씨앗이 심겨졌습니다.

그 씨앗은 지금 우리 안에서 아무도 몰래, ‘저절로자라나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늘 그분의 말씀 속에서 단단한 심지를 만납니다.

당신께서는 우리 안에 심어주신 씨앗이 튼튼히 자라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크게 키워 줄 테니, 많이 베풀고 살아가라는 당부이십니다.

나누라하시고

내어주라하시고

낮아지라하시며

그 위에 사랑을 보태어 실천하라고 명하신 그분께서는

우리가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아무도 모르게충족시켜주시겠다는 약속이라 믿습니다.

세상이 그리스도인의 덕을 보도록

한껏 내어주라는 부탁이라 듣습니다.

세상에서 무언가 얻어 내려고 눈치를 살피는 누추한 삶이 아니라

세상에게 한껏 베풀어

칭송을 듣는 은인이 되라는 당부라 헤아립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내어주려는 사랑과

헌신의 마음 밭을 찾고 계실 터입니다.

주어서 기뻐하고,

더 주려고 고민하는 마음 밭을 찾아

맹렬히 키워 확확 자라게 해 주려 하십니다.

때문에 세상의 손익에 반사적으로 민감하게 작동하는 이 마음이,

손해 앞에서는 곧바로 열을 받고 펄펄뛰는 이 성정이야말로

아직껏, 그분의 씨앗을 싹조차 틔우지 못한 증거가 아닐지, 살피게 됩니다.

 

계속계속 받아야만 기분이 좋다면 문제입니다.

남보다 많이 받아야만 축복인 줄 오해하는 것은 병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다발을 기대하고 있다면 중증입니다.

아직은 줄 것이 없다고 미루거나

좀 더 있다가 베풀겠다고 계획만 하는 마음 안에서

그분의 씨앗은 비실비실 말라갈 것입니다.

이야말로 주어진 행복을 밀쳐놓고

더 주세요! 더 주세요!”(잠언 30,15) 라며 보채기만 하는

불행한 삶의 원형일 것입니다.

베풀고 내어주는 축복의 역할을 마다하고

매일 모자라고 허기지다하며

스스로 주린 삶을 선택하는 미련한 모습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참된 부자입니다.

내어 줄 것이 퍽이나 많은 존재입니다.

기꺼이 주고 베풀 힘을 때마다 채움 받는 축복인입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온 그리스도인들의 가치관이 세상과 다르기 원하십니다.

지친 세상에 웃음을 주고 기운을 북돋우는 역할을 맡기 원하십니다.

그렇게 당신의 나라를 알리고 당신의 나라로 초대하라 이르십니다.

그분의 평화를 전하라 명하십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살아가는 신앙인입니다.

때문에 주님께서 우리를

손수높고 우뚝한 산 위에 심으셨다는 고백의 말씀을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훌륭한 향백나무가 될 것을 기대하신다는 사실에 감격합니다.

말하고 그대로 실천하시는 그분의 선포이시니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분께서 매일 자라나도록살펴 키워주심을 믿고 의탁하는 마음과

그분께서 맺어주실 열매가 한 가득 맺힐 것을 희망하는 단순함이

우리에게 천국을 살게 하는 비결임을 확신합니다.

이 좋은 약속을 들었으니

애써 일하며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사도 20,35)하여 실천할 것을 다짐합니다.

 

매일 사랑이 쑥쑥 자라는 복음 어린이가 되어

마침내 주님 마음에 들고자 애를 쓰는

성숙한 나무로 돋움하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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