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주님 승천 대축일 <꿈만 같아요>

(2021. 5. 16 사도 1,1-11; 에페 1,17-23; 마르 16,15-20)

 

오늘 독서와 복음이 꿈만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나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일도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그날 예수님이 올라가시는 동안 하늘을 유심히 올려다보다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천사의 면박을 들었던 제자들 꼴이 머쓱했을 것도 같습니다.

천사가 떠난 뒤, 서로가 봤냐?”나도 봤다라며

그 놀라운 현장을 목격한 일이 벅차서

꿈이냐 생시냐 하며 어리둥절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세상이 선뜻

주님의 승천을 믿지 못하는 일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싶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라고 따지는 게

이성을 겸비한 현대인의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분을 사랑하는 일에 으뜸이고

믿음에서 제일가는 바오로 사도의 말이 오늘 따라 매우 자상합니다.

그분을 알고 믿는 것은

지혜와 계시의 영의 은총이며

우리의 유일한 희망임을 살갑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믿음으로만

그분께서 약속하신 강한 능력의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이를테면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고 의심하거나

내 머리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허풍이라 단언짓는 일이야말로

못난행위임을 분명히 일깨웁니다.

그리스도인은 분주한 일상에서도 잠깐씩 멈추어

그분의 현존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삶에 어둠이 깃들고

실망의 그림자가 짙어질 때에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동행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여 힘을 얻는 사람입니다.

부활하신 주님만이

외로움과 두려움과 절망을 치워주실

유일한 분임을 믿어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그분의 부활을,

승천을,

다시오심을,

우리와 함께 하심을 심드렁하게 받아 들이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외려 덤덤히 여깁니다.

우리 안에 오신 주님마저도 막연히,

으레, 치루는 종교 의식의 일부인양 치부하니,

승천하신 주님을 까무라치게 할 모습들입니다.

 

복음을 통해서 드러내 보이는 하느님의 뜻은

늘 새롭고 정말 독특합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께 치유 받아 구원을 얻은 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자신이 죄인인 것을 깨달은사람들이었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하늘로 오르신 그분을 찬미하며

저는 아무것도 아니고 주님께서는 전부이십니다라고 고백하기에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성령이 이끄는대로 하느님께 순명하여

꿈만 같은그 일을 말씀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복음인임을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구원을 약속받은 선택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허덕허덕 세상을 뒤쫓는 초라한 행색을 벗어나지 않으니 민망한 일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세상을 이기는 완승의 무기라는 걸

자꾸 까먹고 지내니 딱합니다.

세상을 능가하는 이 좋고 훌륭한 무기를 받고도

사용치 않으니 안타깝습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희생적 사랑에 익숙치 못합니다.

믿기보다 의심하고,

따르기보다 투정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때문에 성령이 오셨습니다.

우리의 모자람을 채워

마침내 당신이 원하시는 그 사랑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 승천하신

그분의 영이 오셨습니다.

도둑질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사기치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그리스도인의 조건에 모자란 이유입니다.

그분께서는 꼭 당신처럼

이웃을 위해 내 목숨까지 내어 놓는 사랑을 실천하기 원하는 까닭입니다.

 

오늘 그분의 승천을 축하드리며

하느님 자녀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은총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못난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시는 주님을 만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제껏 그분께서 마련해 주신 축복을 누리지 못한 허물을 통회하여

그분의 자비를 얻어내는 오늘이기를 소원합니다.

 

이 꿈같은 은총이 믿기지 않으시는 분,

볼 한 번 꼬집어 보기 바랍니다.

허벅지를 한번 세게 때려도 좋겠습니다.

진짜로”, “생시에일어난

이 엄청난 축복을 실감하기 원한다는 뜻입니다.

하여 그분의 사랑을 전하지 않고는 못 베기는

부활의 증인이 되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하늘로 오르십니다.

꿈같은 일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대단한 약속이 주어졌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오르신 하늘나라 백성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꿈같은 일에 동참한 천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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