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4주일 <기억해드리세요, 주님의 자존심>

(2021. 1. 31 신명 18,15-20; 1코린 7,32-35; 마르 1,21-28)

 

마르코 복음서에는 주님 공생활 중에 더러운 영호수

그분의 권위에 복종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용히 하여라는 주님의 꾸중 한마디에

즉각 굴복했던 사건에서 인간의 역할은 조연입니다(마르 4,39 참조).

고작 이게 어찌 된 일이냐?”라고 느낌을 말했을 뿐이고

도대체 이 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4,41)라며

기이한 현상에 찬탄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그분을 믿는 우리도

그분의 주변을 서성대며

복음의 구경꾼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오늘 1독서가 들려주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속셈은 뻔합니다.

그날 그들이 모세에게

더 이상 그분의 소리를 듣지 않게 하시고

보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고 통사정했던 것은

그분을 향한 겸양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타오르는 불처럼 현존하시는 주님의 영광을 마주하는 일이

부담스럽고 거북하고 불편하니까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을 수도 없이 배반했던

그들의 철없는 작태를 대놓고 흉볼 수 없습니다.

그들과 오십 보 백 보인 우리 믿음을 생각하니 그렇습니다.

 

사랑은 겁에 질린 복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납죽 엎드리고 벌벌 떠는 굴종을 요구하신 적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놀라는 표정이 아니며

그분께서 듣고 싶은 고백은 우리의 감탄사가 아닙니다.

주님의 소원은

아버지의 사랑이,

그분의 이름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선한 삶을 통해서

고스란히 세상에 전해지는 일입니다.

우리 사랑을 통해서 당신의 이름이 흠숭을 받아

마침내 온 세상이

그리스도의 언어로 주님을 경배하게 되기를 고대하십니다.

우리 모두가 그분을 빼닮은 언행으로

당신의 표징이 되기를 꿈꾸십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는

하느님 나라를 전하고

하느님의 뜻을 가르치며

나아가 앓고 있는 영혼을 치유할 힘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생각할수록, 황송하고 망극한 은혜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사랑과 권위를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는 일이

허다하니, 딱합니다.

그분의 은총으로 그분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아직,

자신의 명예와 권위와 소유만을 위해서 기도하는

젖먹이 신앙에 머물러 있으니 부끄럽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라고

막무가내로 취급하는 문제아의 행태를 보이니 속상합니다.

성당 구경, 전례 구경만 하는 복음 구경꾼들로 전락하여

그분의 속을 끓이니 난감합니다.

찬미와 감사와 순명의 삶에서 오는

기쁜 감격과 한참 떨어져

매일 불평하고 매사에 불만스러워하고 있으니 걱정됩니다.

이야말로 그날 더러운 영의 외침처럼

그분과 아무 상관없는 사이로 타락한 증거이니 어쩔꼬 싶습니다.

 

오늘, 모자란 우리 때문에

세상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시는

그분의 처지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때문에

망가지고 구겨진 그분의 체면을 되살려 드리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알면서도

말씀대로 살지 않았던 탓에

그분의 이름이 세상에서 경멸당하고 묵살 당한다는 사실에

애통하여 마음이 찢어지면 좋겠습니다.

굼뜨고 어눌한 내 삶이

그분의 꿈을 가로막았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깨어나기 바랍니다.

그분의 뜻을 외면하여

그분을 외롭게 했던 일에 가슴을 탕탕탕 치며 참회하기 바랍니다.

그 동안 왕따 당하신 그분을

진심으로 위로해 드리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리메김하기를

참으로 원합니다.

 

세상에는 더러운 영이 존재합니다.

분명 사탄의 어둠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당신의 빛을 우리에게 선물하셨습니다.

몸으로나 영으로나 거룩해지려고 주님의 일을 걱정하며

그분의 눈에 품위 있고 충실하게비쳐질 삶을 위해서만

매진하는 하늘시민이 되었습니다.

당당하게 그분의 이름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감히 그분을 위해서 기도해 드리는 그분의 협력자로 승격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세상에게 멸시당하고 있는

그분의 자존심을 되살려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참으로 사랑받으셔야 할그분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기 위해서

세상에서 수모 당하시는 그분의 얼굴을 닦아 드리는

복음의 주역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멸시 당하고 계신 그분 자존심을 말끔히 회복시켜 드리는

우리 삶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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