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대림 제 4주일<오실 예수님께 바칠 최고의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2020. 12. 20. 2사무 7,1-5.8-12.14.16; 로마 16,25-27; 루카 1,26-38)

 

대림초가 모두 밝혀졌습니다.

교회는 대림이라는 전례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일에 익숙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강론을 준비하면서 1독서의 말씀에 76-7절과 13

그리고 15절의 말씀이 빠져 있는 것이 참 아쉬웠는데요.

저에게는 다윗과 하느님의 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다가오는

큰 은혜의 구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 구절을 읽어 보겠습니다.

나는 에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 천막과 성막 안에만 있으면서 옮겨 다녔다. 내가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과 함께 옮겨 다니던 그 모든 곳에서, 내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령한 이스라엘의 어느 지파에게, 어찌하여 나에게 향백나무 집을 지어 주지 않느냐고 한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느냐?”(7,6-7),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 나는 그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13),

그러나 일찍이 사울에게서 내 자애를 거둔 것과는 달리, 그에게서는 내 자애를 거두지 않겠다”(15).

 

제가 굳이 이 말씀을 봉독해 드린 것은

한 인간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오늘 다윗에게 엄청난 약속을 주신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약속을 나탄으로부터 전해들은 다윗의 기도에도

우리들 가슴은 뭉클 해 집니다.

다윗은 하느님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당신께서는 당신 종의 귀를 열어 주시며, ‘내가 너에게서 한 집안을 세워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 종은 이런 기도를 당신께 드릴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그저 감읍할 뿐입니다.

우리들이 무엇을 하느님께 해 드렸다고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겠습니까?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오늘 하느님께 성전을 지어 바치려고 계획합니다.

그것도 하느님의 궤를 천막에 모셔 놓은 채

자신만 향백나무로 지은 궁궐에 사는 것이

송구스러워서 생각해 낸 일입니다.

그 기특한 생각을 하느님께서는 만류하십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령한 이스라엘의 어느 지파에게, 어찌하여 나에게 향백나무 집을 지어 주지 않느냐고 한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느냐?” 하느님의 고백이 너무나 눈물겹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오직 하나,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고 따르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다윗에게

자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분이 아니심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세상의 어떤 것이 하느님의 것이 아닌 것이 있습니까?

하느님께 교무금을 바치고 헌금을 봉헌하고

하느님을 위해 재산을 헌납한다 하지만

그것은 몽땅 우리를 위해서 다시 쓰여질 뿐입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은 마치 당신이 사용하시는 것처럼 기뻐 받으십니다.

참으로 먼저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시고,

그것을 우리의 정성으로 받으시는 분이시니

그 마음을 헤아릴 재간이 없습니다.

다만 그 좋으신 분이 아버지이시니 그저 기쁘고 감사하고 신이 날 뿐이지요.

이러한 하느님의 한없는 무상증여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하느님께 받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빈손으로 와서 하느님의 것만 축내면서 살다 가는 인생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

갸륵한 생각을 가졌다는 그 이유 하나로

자손만대의 축복을 약속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후하심은 우리들이 다윗만큼 좋은 집에 살기를 바라시고,

우리들이 원수에게 승리하는 것을 원하시고,

세상에 우리들의 이름이 떨치는 일을 기뻐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이시기에 모든 일을 하십니다.

때문에 이 대림시기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아버지 하느님처럼 생색내지 않는 베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림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내가 이 세상에 보여주는 때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닮으려는 마음으로

가장 낮고 가장 약한 우리의 이웃에게

하느님의 따뜻함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오실 예수님께 바칠 최고의 선물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보다

더 긴 긴 기다림을 살고 계신 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다린 세월은

창세 이후 지금까지입니다.

지금도 나를 기다리시는 그분을 느끼는 대림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다짐과 생각이

하느님께로부터 영원한 왕위를 약속받게 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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