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그리스도 왕 대축일 <믿고 희망하며 늘 사랑하고 더 사랑합시다!>

(에제 34,11-12.15-17; 1코린 15,20-26.28; 마태 25,31-46)

 

전례력의 막바지 주일, 교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냅니다. 왕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온 세상에 선포하며 기쁨을 누립니다. 그런데 올해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쁨을 훼방하는 여건이 참 많으니까요. 설상가상 성전에서 사랑의 해플래카드가 치워질 텐데 그마저 아쉽습니다. 세 해 동안 믿음을 키우고 희망을 탄탄히 하여 충만한 사랑을 살고자 다짐했던 교구민들의 설렘이 기억나기에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미루고 뒷걸음을 쳐야했던 아픔이 아직도 고스란하니 그렇습니다.

뜻하지 못했던 거리두기는 이웃과의 만남을 단절시켰고 비대면이라는 생경한 상황에서 우리는 사랑할 기회를 접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습니다. 이 스산한 환경이 더 많은 분들께 더 큰 영혼의 갈증을 발견하게 했으리라고 말입니다. 외부적 활동에 제약을 받아야했던 만큼 주님과의 해후는 더 잦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랑은 결코 슬로건에 맞추어 솟구쳤다 사그라드는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해에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사랑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던 회환까지도 축적된 사랑의 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봅니다.

예상할 수조차 없었던 바이러스의 공격이 쉬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마저 묵묵하신 하느님의 침묵이 두렵다고 말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침묵이 곧 하느님의 부재를 뜻하지 않으니 힘을 내야겠습니다. 기가 꺾일 이유도 없습니다. 그분의 사랑은 지금도 이 세상의 아픔을 가슴아파하시며 더 오래 참으시며 함께 하고 계시니까요.

성경은 세상의 위기가 하느님께서 내버려 두시어”(로마 1,24) 외면하는 때일 수 있다고 기록합니다. 세상이 힘들어지는 것은 곧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재정비되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로 읽어집니다. 삶에서 가장 우선되던 것을 내려놓는 결단을 요구하는 다급한 상황이라 싶습니다. 왕이신 예수님을 뵙고 영광과 찬미를 올리는 오늘, 진정 왕이신 예수님의 뜻을 제대로 살아냈는지를 세밀히 따져보는 지혜를 요구하시는 것이라 새기게 됩니다.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대단하고 의미 깊은 주일을 맞으시는지요? 그 동안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믿음생활을 하셨는지요? 그리스도 예수님을 왕으로 모신 충신의 자세를 진정 살으셨는지요? 주님의 백성다운 품위를 지키는 하느님 자녀에 걸 맞는 삶을 살아내셨는지요? 진심으로 예수님의 마음으로, 아파서 앓는 세상에게 사랑의 열정을 지피셨는지 묻는 것입니다.

 

주님의 관심은 언제나 우리의 에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죄에 대한 용서에 초점을 맞추십니다. 때문에 언제나 우리 믿음에 따른 죄 사함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설사 우리 믿음이 허술하다 해도 때때로 희망하는 마음의 심지가 흔들려서 사랑하는 일에서 머뭇대며 뒷걸음치는 못난 모습을 보인다 해도 주님의 사랑은 변함없이 여전하다고 고백하십니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가 전하는 하느님의 치유 방법이 많고도 많은 이유이지요. 그럼에도 찾아가 보살피고’ ‘구해 내며’ ‘데려와 먹이고 누워 쉬게하며 또한 싸매 주고 원기를 북돋아주는 주님의 손길은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 작은 인간이 하느님 사랑을 품어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은혜입니다. 당신처럼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는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을 터이니, 감격입니다.

우리의 새해가 왕이신 예수님의 어명에 충실함으로 하느님께 기쁨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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