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33주일<기죽지 맙시다>

(2020. 11. 15 잠언 31,10-13.19-20.30-31; 1테살 5,1-6; 마태 25,14-30)

 

성경은 주인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탈렌트를 맡기고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에 여행을 온 것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느님으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갑니다.

위령성월인 11, 삶이라는 여행을 알차게 꾸리기 위해서

자기 삶의 손익 계산서를 작성해 보시는 것도 좋은 계절입니다.

사실 여행은 익숙한 세계로부터 낯선세계로의 진입입니다.

여정이 힘든 것은 익숙함의 잣대를 버리지 못해서인데요.

우리의 삶도 천국에서 어색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연습되어져야겠습니다.

 

사실 오늘 탈렌트 비유는 약간 비위를 상하게 합니다.

하느님께서 누구한테는 다섯 개를 주시고,

누구에게는 딱 한 개밖에 주시지 않는다니 불공평합니다.

생각할수록 나는 하나밖에 못 받은 것만 같아 억울해지기도 합니다.

나에게도 다섯 개를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이런 심정을 예수님께 하소연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예수님께서 무어라고 말씀하시던가요?

 

하느님 앞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우리들에게 주신 탈렌트에는 분명히 차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을 마친 후에 내리는 상은

다섯 탈렌트를 더 벌어들인 종에게나, 두 탈렌트를 더 벌은 종에게나 똑같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라는 똑같은 칭찬을 들었으니까요.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가 받은 다섯 개와 한 개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기준에서는 그 누구에게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를 평등하게 하고 하나되게 하시는

성체성사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성체성사는 우리로 하여금

서로 형제가 되게 하기 위해 제정돼 있다. ()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흩어져 있던 우리,

서로 무관심하던 우리가 하나가 되고, 평등해지며, 친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감각하고 이기적인 군중이었던 우리,

자신 내부로부터 분열돼 있고 적대적인 사람들이었던 우리가

서로 믿고 사랑 가득한 하나의 백성, 한 마음, 한 영혼인 참된 한 백성이 되게 하고자

성체성사는 우리에게 주어졌다.”라고 말입니다.

 

매 미사 때마다 오시어 자신을 사랑으로 죽이면서 우리를 살리시는 주님을 생각한다면

불평할 것도 없습니다.

더 크게 감사할 뿐이고 또 감사하면 살아야겠습니다.

 

오히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마태 25,26)라는 이 말씀만은

우리 모두가 듣지 않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런 비참하고 처참한 광경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을 잘 단속해야 할 것입니다.

그날 주님 앞에서 보십시오라고 자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 주님 앞에서 자랑스럽게 내어 드릴 수 있는 우리의 장점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다섯 개나 받은 축복의 사람입니까?

하느님의 기대치를 채우려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 탈렌트밖에 받지 못하셨습니까?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당신을 믿고 계신 증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최선을 원하고 또 응원하고 계십니다.

기죽을 까닭이 없습니다.

난이 새 촉을 가질 때 물을 작게 주어야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갈증을 느껴야 하는 것처럼

때론 우리 주님께서도 우리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기 위해서

시련도 주시면서 보살펴 주십니다.

 

그러니 힘내도록 합시다.

주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주님께 칭찬을 받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우리들이 되도록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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