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부활의 선물, 준비하셨습니까?>

(이사 50,4-7; 필리 2,6-11; 루카 22,14-23.56)

 

교회는 사순시기를 마련하여 우리 모두를 회개에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초대에 응한 모든 이들의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새로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사순 마지막 주일,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앞으로의 새날을 계획하셨는지요?

기꺼이 그분께서 걸으신 고난과 수난에 함께하며

보속하는 마음으로 봉헌했던 우리의 약속과 다짐이

당신께 힘과 기쁨을 선물했으리라 믿어봅니다.

 

수난복음이 선포되면 마음속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루카 사도의 수난복음은 더더욱 우리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파고듭니다.

철저히 우리를 위해서 바치신

예수님의 대속기도에 심금이 울고

아버지 하느님께 올리는 인간 예수님의 마지막 탄원이 가슴에 박힙니다.

 

주님께서 겪으신 땅의 마지막 날, 정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쯧쯧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과 함께 한 유월절 만찬자리에서조차

누구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볼 것이냐

말다툼을 벌이던 제자들의 모습에 그러하고

유다의 배신이 그러합니다.

어리석은 헤로데처럼 마음을 종잡지 못하고 나풀대는 꼴이며,

빌라도처럼 자기 의지를 지키지 못하고 줏대 없이 남 탓으로 돌리며

슬금 꽁지를 내리는 모양새가

마치 우리 모습인 듯하여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때문일까요?

온통 침울한 광경 속에서,

주님 곁을 스쳤던 숱한 인물들 중에서

보석같은 사람들에게 주목하게 됩니다.

짙은 암흑을 배경으로 펼쳐졌기에

더욱 빛나는 그 모습을 그려봅니다.

삶의 마지막, 숨가쁘게 다가오는 임종의 문턱에서

땡잡은그 사람에 주목해 봅니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그날 주님과 함께 십자가형을 당했던 죄수들이

강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강도짓을 했던 죄로 십자가형을 받았던 인간이

바로 십자가 위에서 천국을 얻었으니

이 보다 더 잡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믿음 하나로 천국을 훔쳐낸 그 탁월한 솜씨를

진심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숨기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고통의 순간에도

죄인이 올리는 청을 수렴하시고 구원하기를 마다지 않으신

주님 마음을 생각하니 기가 찹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는 일에

참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시며

우리를 구원하는 일을 미루지 않으신다는 증거라, 말문이 막힙니다.

당신께서 이 땅에서 마지막으로 행하신 작업이 바로

당신 은혜를 공짜로 선물하는 일이었다는 사실에 몸이 저립니다.

그 가없는 사랑,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주님 자비에 탄복할 뿐입니다.

 

사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우연이란 없습니다.

모두가 좋으신 주님의 섭리에 따라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날 있었던 그 엄청난 은혜도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것일 리가 만무합니다.

그날 그 강도를 구원하는 것은

주님의 섭리였기에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그 시간 그의 곁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셨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날처럼 우리 곁에 계시며

이렇게 맨날맨날 당신의 것을 도둑질만 해대는 강도 같은 우리를 향해서

뜨거운 고백을 하신 것이라 느끼게 됩니다.

우리 삶의 마지막 동행자가 되어주실 것이라고,

꼭 그날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며

힘을 주고 계신 줄 확신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같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틀림없이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환란과 역경 속에서도

낙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선포입니다.

설령 그 고난이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아픔과 고통 속에 버려두지 않을 터이니

함께 부활의 희망을 살아가자고 격려하십니다.

이렇듯 사순의 슬픔을 넘어 부활의 기쁨을 살아낼 것을 권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돋보이는 믿음인의 모습들을 속속 들려줍니다.

매일 사형수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지냈을

백부장의 메마른 가슴에

놀라운 진리를 간파하도록 하신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의 변화를 기대하십니다.

그분의 처참한 시신을 모시도록

선뜻 자신의 무덤을 봉헌했던 요셉처럼

계산하지 않는 희생을 바라십니다.

기막힌 슬픔을 내려놓고

먼저 그분을 위한 향료와 향유를 준비하던 여인들처럼

빈 무덤의 공허를 넘어 희망의 삶을 살기 원하십니다.

 

성주간, 그분께로 걸음을 재촉하는 때입니다.

그분과 얼마나 더 가까워졌는지 사랑의 거리를 재어보는 때입니다.

그리고 그분과 약속한 다짐들을 정성껏 꾸리는 시간입니다.

부활하실 주님께 어떤 선물을 준비하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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