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주님 공현 대축일 <그분께 기쁨 드리기로 약속해요, 우리!>

(2022. 1. 2 이사 60,1-6; 에페 3,2.3.5-6; 마태 2,1-12)

 

2022년 새해 첫 주일,

선포되는 마태오 복음을 듣는 마음이 괜시리 짠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이며

가장 많이 읽히는 책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성경책이

지금 이 시간에 얼마나 읽히고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기실 신앙인들에게조차도 성경은

마태오 복음서를 시작으로 읽다 마는경우가 허다하니,

안타깝다는 얘깁니다.

 

신앙에 입문한 많은 분들이 성경통독을 꿈꿉니다.

신앙생활 중에 말씀에 목말라 성경읽기에 도전하는 분도 많으십니다.

그런데 성경의 두툼한 두께에 지레 겁을 먹기 일쑤입니다.

더러 구약에 비해서

짧고 단락도 짤막짤막 나누인 신약성경부터 읽기 시작하라고

권고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만만해 보이는 마태오 복음서는

첫 장부터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합니다.

생소한 가문과 이름들이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어

읽어 가는 일이 수월치 않습니다.

재미없습니다.

성경이 이구동성으로 수면제라는 평을 듣고

모르는 사람들의 족보 이야기로 폄하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때문에 완독의 을 미루고 맙니다.

분주한 세상에서 한 주일에 한 번,

미사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귀동냥하는 것으로 만족해 버립니다.

그런 까닭에

소위 많이 팔리고 널리 읽힌다고 소문난 베스트셀러 성경은

마태오 복음서의 첫 부분만 뒤적여지다 서가 장식품으로 전락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을 받아 적으라고 명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때와 장소에 따라서

듣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추어

단순하고 적절한 표현으로 명료하게 아버지의 말씀을 들려주셨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차후에 성경을 기록한 제자들의 전언에서

그들이 얼마나 깊이

예수님의 말씀을 새겨 경청했었는지를 절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기만했던 그들이

그토록 뚜렷한 주님의 행적과 말씀을 기억해 낸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분의 마음까지 속 깊이 헤아려 표현한 사실이 기이합니다.

 

이야말로 성경이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1테살 2,13)

결코 인간의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령에 이끌려 하느님에게서 받아 전한 것”(1베드 1,21)이라는

증거라 믿습니다.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께서 주신 선물이기에

인간의 지혜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가르쳐 주신 말로 이야기하는

신비의 책이라는 증거임을 확신하도록 합니다(1코린 2,13 참조).

아울러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새겨듣는 정성이 있다면

우리도 모두 그분들처럼

온 세상 만물에 아로새겨진 하느님의 사랑을 볼 것이며,

느껴 변화될 것이란 약속을 캐게 됩니다.

오늘 우리들에게도

성경이

곧 주님의 고백임을 깨달아 영혼에 깊이 새겨 읽으며

마음 모아 듣기를 간절히 권하신 것이라 듣습니다.

딱 잘라 마태오 복음서를 제대로 읽어낸다면

마태오 사도의 의중을 살펴,

예수님을 통해서 성취된

하느님의 뜻에 감복하게 될 것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복음 말씀이

영혼에 달디 달아 말씀의 중독자가 될 것임을 단언하겠습니다.

이 세상의 주인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속속 느끼고 깨달아 화답하며,

참회하여 새로워지기를 미루지 않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그분의 뜻에 동조하는

거침없이 복음적인 삶을 살아내는 믿음인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새해 첫 주일입니다.

교회는 주님공현 대축일을 지내며

성탄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감사의 한 주간을 보냅니다.

언제나 그분을 모시고

주님과 함께 신나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도록 합니다.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위하여 어떤 계획을 세우셨는지요?

 

어느 성탄에 듣고서 제 기쁨이 폭주했던 이야기가 있어 들려드립니다.

어느 날 구유 속에 모셔진 아기예수님이 감쪽같이 사라졌더랍니다.

모두들 놀라 찾고 있었는데 성당 마당에서 어떤 아이가

자신의 세발자전거에 예수님을 태우고 있었대요.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이 소원했던 세발자전거를 갖게 되면

꼭 예수님을 제일 먼저 태워드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 하더래요...”

 

저는 그날

아기예수님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란 천사들이

뽕뽕뽕 하늘에 구멍을 뚫고서

그 모습을 구경했을 것만 같았습니다.

새해,

우리 모두가 그분과의 약속을 지켜드려서

온 땅에 그분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지길 희망해 봅니다.

올 한 해,

주님과 약속한 일을 꼭 실천하는 우리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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