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대림 3주일자선주일

(2021. 12. 12. 스바 3,14-18; 필리 4,4-7; 루카 3,10-18)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사나이,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께서 직접 세상에 던져주신 보너스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골라 보여 주신 내 사람의 모습일 것이고,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께는 아버지 사랑의 배려였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아는 아들 예수가 당할 고통에

너무나 가슴이 아픈 아버지가

그 예수님을 편들어 줄 사람으로 요한을 택하여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서 고통당하실 아들을 위해서, 아들에 앞서 세상을 찾게 하시고, 그 말씀의 소리로 살게 하신 .

요한을 이 세상에 보내시면서

하느님께서는 요한에게 가슴 저린 당부를 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그러하십니다.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으신 것처럼

꼭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좋아하십니다.

믿음의 사람을 앞장세우시며 정말 자랑스럽게 일을 하십니다.

모세에게나 엘리야에게나 그 누구에게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그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시는 분처럼 믿음의 사람을 앞세우십니다.

하느님의 당부를 따라서

곧고 바르게 한 치의 어그러짐 없는 완벽한 삶을 살아낸 요한을 기억하면, 매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면서도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른 저 자신의 신앙생활이

부끄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만큼 세례자 요한의 사람됨은 비할 데가 없이 귀합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하고 말합니다.

나는 오늘 이 세상에 무슨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지요?

소리란 어디에서든 누구이든 그 소리를 내는 근원이 있습니다.

요한은 오직 외골수로 하나의 소리만 외쳤습니다.

세상의 무엇과도 섞지 않은 그 소리는 하느님의 소리였습니다.

세상을 위해서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해서

하느님으로부터 이 세상에 던져졌던 세례자 요한은

이 세상에서 아무런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의 짧은 생은 그토록 세상을 사랑하시고 못 잊어 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고 헤아리는 일로만 분주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해 주는 소리로 살아가느라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세례자 요한은

참 하느님을 알았기에 겸손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사랑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지독한 삶을 살았습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가장 위대한 그 일을 맡기셨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그 일을 우리에게도 주셨습니다.

가장 큰 완성인 영혼 구원의 사업에 참여시켜 주셨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 모양 이대로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서

하느님의 소리로 세상에 전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누구의 소리를 이 세상에 들려주고 있습니까?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

우리도 예수님의 소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그분을 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모셔 들이고 알리기 위해서

우리들도 그분의 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세상에 외치는 것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말씀이신 분의 소리이기에 심오합니다.

 

대림의 진리는 기도와 기다림입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내 삶에 있는 모든 더러운 것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시기입니다.

우리에게 오실 그분이 얼마나 귀하신 분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그분을 기다리며 쓸고 닦고 털어내는 작업이 그저 즐겁습니다.

오실 그분을 기다리면서, 그 약속된 날을 기대하면서

자신의 안팎을 정리하는 일은 찾아오시는 분을 위한 마땅한 일입니다.

오늘 나의 모자람까지 분별하여 봉헌하므로

반드시 이루어질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우리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