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대림 제2주일 <하느님의 명령>

(2021. 12. 5 바룩 5,1-9; 필리 1,4-6.8-11; 루카 3,1-6)

 

하느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입니까?

우선

전능하신 분, 아버지, 사랑

내내 우리를 기다리시는 분

꼭 뵈어야 할 분

한없이 용서하시는 분 등등을 꼽으리라 싶습니다.

참으로 이렇게

좋고 따뜻한 분이고 편안한 분이라고 느끼고 계신지요?

혹여

우리 잘못을 일일이 체크하시는 분

우리의 허물이나 잘못을 하나도 빼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가

꼭 벌을 내리는 분

틀린 것을 꼼꼼하게 지적하려고 벼르는 분이라는 생각은 없습니까?

때문에

벌 받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보고

벌을 피하기 위해서

잘못을 덮고 시치미를 떼려하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하느님은 뜻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때문에 하느님 섬기며 살아가기가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그런 탓에

성탄구유를 보면 예수님이 오셨다가

구유가 치워지면 예수님이 가버린 줄 여기지 않습니까?

성상 앞에서만

그분을 느낄 수 있고

십자가가 눈에 보일 때에만 대충이라도

기도에 감이 잡혀서

기도하는 자리가 필요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 하기야 그 정도라도 실천하는 분이라면

정말 다행이라고

믿음생활을 시작한 증거라고 말씀드려야하는 제가 참 초라합니다.......

 

+++

 

우리는 세상에 오실 그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이미 오셨고

이미 우리 죄 때문에 죽으셨고

이미 부활하여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해마다 성탄이 되면 오셨다가

사순절이 되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해마다 구유을 꾸미면서

대림을 준비하고

행복해지는 이유는

그분께서 명령하신 것은

무엇이든지 말씀대로 이루어진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오심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감사하고

거듭 감사드리는 것은

그분께서는

사랑으로

약속하신 그 일을 꼭 이루실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룩 예언자는

미래의 예루살렘에게 주어질 영광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감동스럽게 묘사하여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광과 기쁨은 모두

하느님의 명령으로 선물된 사실을 알려 줍니다.

 

이렇게 선포되어

말씀대로 이루어진 그 사건을 알고

그분의 아들이 세상에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신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매시간

매 때마다 대림을 살아갑니다.

그분의 사랑에 감격하는 마음을 키우고

합당한 찬미를 드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해마다 대림시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잘못을 전혀 묻지 않으시고

오히려 내가 다 해결해 주겠다

이제는 내가 다 갚았으니 내 사랑을 믿고 신나게만 살으라고

명령하시면서

스스로 오신 그날

아무도 몰라줬던 그 마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다시 대림을 마련하여 그분의 사랑에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모르고

그 자비를 모르고

그분의 명령은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를 위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구유 앞에서 몸가짐을 다듬어 경배하는 일마저

허세입니다.

나를 위해 죽으신 그분의 고통이 절절한 십자가 앞에서

학벌 좋고 직장 좋고 건강해서

세상에서 떵떵거리게 해 달라는

너무 죄송하고

정말 뻔뻔한 말을 해댈 것입니다.

이야말로 우상숭배입니다.

 

세상을 위한 그분의 명령은 사랑뿐입니다.

그분의 뜻은 사랑을 통한 세상의 구원입니다.

그분의 약속은

우리를 거룩하게 성결하게 하시어

함께 살아가는 일입니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애정으로

우리 사랑도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마침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라

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분의 명령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는 우리이기에

원수들에게 끌려 맨발로살아갈지라도

일어나 높은 곳에 서서

그분만을 향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기 위한 하느님의 작업을 알고 있는 우리는

이 복된 사랑의 명령이 이루어질 그날을 고대합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겨

부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대림

두 주일째를 맞았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을

보고 누리도록 하시려는 그분의 명령에

따르는 우리이기를 소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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