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33주일 <영적전쟁에는 휴전이 없습니다>

(2021. 11. 14. 다니 12,1-3; 히브 10,11-14.18; 마르 13,24-32)

 

오늘 교회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는 복음 환호송을

소리 높여 노래합니다.

그분 앞에 당당한 그리스도인은

늘 깨어 기도하는 사람임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앙인들이

전례형식이나 종교적 의식에 충실하다는 사실만으로

흡족해하는 현실이 아픕니다.

성당에 다니면 마음이 편해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유유자적하는 미지근한 신앙자세에 마음을 앓습니다.

마치 그런 생각들이

겸손과 겸양의 처신인양 여기는 모습들에 속이 썩습니다.

이야말로 신앙의 중심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감에 둔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야말로 주님의 열성을 무시한 행태이며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 신앙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제대로 모르고

주님을 똑바로 알지 못하는 소치이며

신앙을 자기만족의 도구로 이용하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으신 이유는

그처럼 느긋하고 편안하고 한가한 사항이 아닌 까닭입니다.

 

믿음은 내 뜻을 이루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소원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방편도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예수님에 관하여 강론을 듣고

예수님에 관하여 연구하고 배우는 일에서 머물 수 없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라는 매정한 말씀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죽음이라는 사실을 일깨우십니다.

그 날과 시간은 꼭꼭 감춰져 있으며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씀으로 우리 영혼을 단도리 시키십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인간은 뻔한 상황에서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 성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적 상황에서는 바짝 긴장합니다.

똘똘똘 뭉쳐 일사분란하게 대처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기질을 백번 헤아려

주님께서는 삶의 마지막을 꽁꽁 숨겨놓으신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모든 인간들이

삶의 마지막이라는 비상사태에 깨어 준비하라는 배려라 생각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매 순간이 그분의 적과 전쟁을 치루는 전투 현장입니다.

믿음인은 그분의 뜻을 성취하기 위한 하느님의 용사입니다.

힘들고 어려우며

생각지 않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바짝 긴장하며 지내야 옳습니다.

영적 전쟁터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그분의 군사이기에 안락하고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늘 저는 기도를 자기 뜻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오해하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기보다

자신의 계획과 뜻에 하느님의 최종 사인을 얻으려는 꼼수신앙인 틈에서,

자기 뜻과 생각과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을

강한 믿음인 줄 오해하는 짝퉁교우들 사이에서,

묵묵히 깨어

그분의 뜻만 위하여 충실히 살아가는 교우분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악을 더 큰 악으로 이기려는 땅의 궁리를 버리고

악에게 마저도 선으로 대응하려 고심하는

교우분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감격합니다.

모두 그 날의 승리를 위하여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필리 1,20)

소원하는 깨어있는 신앙인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미사가 마지막인양 참례하는 진심으로,

지금 부르는 노래가 마지막 찬양인 듯 부르는 열정으로,

지금 나누는 사랑이 삶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사실에 깨어,

진지하고 진정어린 최선을 살아가는 교우분들이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이며

예수님의 신부이며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규칙이나 법에 앞서,

깊은 사랑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실천하는

교우분들을 진심으로 칭찬해 드립니다.

 

교우 여러분!

믿음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좌절을 극복하며

사랑으로 무관심을 극복하여

영적전쟁의 승리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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