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하느님의 선물로 마음을 단속합시다>
(2021. 10. 17 이사 53,10-11; 히브 4,14-16; 마르 10,35-45)
더욱 오늘 복음이 전하는 주님의 뜻이 선명하게 펼쳐져 보입니다.
세상 물질의 유혹과 일신의 안녕을 미끼로 한 타협들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불쑥불쑥 다가와 마음을 흔드는 꼬드김도
우리가 겪는 현재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권력을 얻기 위해서,
앞서 승진하고 먼저 출세하기 위해서,
‘딱 한번’만 눈을 감고 양심을 저버릴 것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배신하고
의리를 저버리고
진리까지도 왜곡하여
진실을 외면할 것을 권하는 일들이 부지기수인 까닭입니다.
이 야릇한 유혹의 시련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오늘도
지극히 추상적이고 상당히 비현실적인 명령을 내리십니다.
제자들의 손에 현찰을 쥐어주지도 않고
세상에서의 안락을 보장해 주지도 않으셨던 그분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일할 것만을 당부하십니다.
단지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뜬구름같은 약속만 건네주십니다.
그날 경비병들이 얻었던 것들에 비하면, ‘이게 뭐야’ 싶습니다.
때문에 더욱 그 말씀에 온전히 순명했던 제자들의 삶에 경탄하게 됩니다.
그분의 명령을 말씀대로 지켜냈던 그들,
그 명령을 살아내기 위하여 재산을 버리고
죽음과 맞섰던 그들,
매를 맞고 옥에 갇히고 고난을 당했으나
결코 굴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이 존경스럽습니다.
그 희생을 바탕으로 온 세상에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길로 인도되었습니다.
그 은총의 열매로써 지금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한 세례인이며
구원을 받은 은총의 사람입니다.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길을 잃은 영혼에게 빛을 비출 수 있는 빛나는 존재입니다.
돈의 유혹에 걸려 넘어진 병든 영혼을 되살리고
세상의 소리에 쏠려 진리에 귀먹은 가엾은 영혼을 일깨우며
속상하고 억울해서 통탄하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인입니다.
복음의 입이 되고
복음을 전하는 발이 되어
모든 이에게 그분을 느끼도록 이끄는 일은 결코 버거운 짐이 아닙니다.
“세상 끝 날까지”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자리를 찾아가는
우리의 수고로운 삶에
그분께서 늘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분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분을 전하는 삶이야말로 천국을 살게 합니다.
주님을 모신 그곳이 바로 천국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