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22주일 <‘구원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2020. 8. 30 예레 20,7-9; 로마 12,1-2; 마태 16,21-27)

 

 

오늘 독서에서 듣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하소연이

귀에 설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녹록치 않은 까닭이고

삶의 구비에서 만나는 난관은

늘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불행한 사건들은

곧잘 주님을 원망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레미야처럼 대단한 예언자도

삶의 곤고함에 지쳐서

하느님께 투정을 부리듯 하소연한다는 사실이 적이 위로가 됩니다.

모든 고난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기를 권하는

바오로 사도의 진언보다 몇 배나 더 따뜻이 다가옵니다.

 

이런 우리의 심사를 헤아리신 것일까요?

주님께서는 오늘

당신께서 당하실 고난과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밝혀주십니다.

루카 사도는 이 일이 일어난 장소의 상황을 들려주는데요.

그 때에 주님께서는 혼자”(9,18) 기도하셨다고 전합니다.

이를테면 주님 주위에 포진했던 제자들이

전혀 주님과 따로 놀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겁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과 함께 기도하지 않는 사실을 나무라지 않고 패스하십니다.

다만 당신 마음에 가득한 십자가의 진리를 진중히 선언하십니다.

저는 오늘 베드로가

딴에는 실컷 주님 편을 들다가 칭찬을 듣기는커녕

된통 혼쭐이 난 사연은 그저 패스시키겠습니다.

그 보다는 그날 주님 마음에 그득했을 것 같은

하많은 생각을 살피어

갈래갈래 흩어졌을 것만 같은 주님 마음을 어림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쩌면 스스로 세운 당신의 뜻에 대하여

호되게 번민하셨을 것도 같고

스스로 선택한 당신 고난의 극심함에 눈앞이 캄캄해져서

덜덜 살이 떨리는 두려움을 겪으셨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스스로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고통에 몸부림을 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예레미야 예언자처럼

아버지께 대들며 항변했을 것도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삶이 앞날을 알지 못해서 힘들다고 말하지만

상황을 예상치 못하고 당한 일이라서 더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견디고 참아야했던 주님의 고통을 웃돌지는 못합니다.

주님께서는 그날 기도하시면서

당신의 영혼에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아버지의 뜻을

다시 거듭 깊숙이 새겼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힘들고 어려워지면 주님을 의심합니다.

더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뻔히 아시면서도

나서서 조처해주지 않은 주님을 원망합니다.

모조리 알고 계시면서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을 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하느님 탓으로 돌립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이러한 생각의 패턴이야말로

당신의 뜻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사탄의 행위임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고통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부활의 신비를

결코 체험하지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분을 따르면서도

십자가의 고통만은 피하려했던 베드로 사도를 향한 호된 꾸짖음으로

오늘 우리에게 고통의 참 의미를 일깨워주고 계십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라 싶습니다.

 

주님께서는 나약한 인간이

얼마나 고통을 힘겨워하는지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아프고 괴롭고 슬픈 일들을 나서서 막아주지는 않으십니다.

오히려 고통을 통하여 자라나기를 그리하여 성숙해지를 원하십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섭리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고난은 주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마침내 하느님은 사랑이 아니라 난폭한 폭군으로 단정 짓습니다.

인간을 압도하시니 믿는 모양새를 갖추어 지낼 뿐

인간보다 우세하시니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

마음은 벌써 딴 곳으로 향합니다.

그분의 사랑을 도무지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그럴 때, 오늘 주님의 심정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만

참고 견디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당신께서 먼저

세상의 갖은 고통을 당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나에게만 유독

인내하고 희생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것을

명령하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힘든 우리 곁에서 힘을 주시고

고통당하는 우리 안에서 함께 앓으시며

우리가 시련에서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삶은 매양 즐겁고 재밌는 오락이 아닙니다.

삶은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을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뜻을 알려주셨습니다.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

할 수 있도록 복음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이가 누리게 될 영생을 약속해주셨습니다.

앞날을 당겨 볼 수 있는 혜안을 주셨습니다.

앞날을 몰라 앞이 캄캄하여 헤매는 세상과 달리

어떠한 고난에도 꿋꿋이 맞설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이 소식이 어둔 세상을 밝히는 빛의 소식입니다.

이것이 온 세상을 구원하는 복된 소리입니다.

 

구원은

예수님께서 치루신 희생과 고통과 사랑의 결정입니다.

주님 덕으로 우리에게는

땅에서의 삶을 넘어선 영원한 삶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분을 모시고 그분과 함께 살아갈 천국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구원은 이렇듯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때문에 구원의 확신이 있다면

사납고 험한 인생길에서 삶이 시각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힘들고 쓰디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기쁘게 견디며 더없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기도하면서 입에 올리는 예수님이라는 짧은 단어 속에는

엄청난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예레미야 예언자보다 복된 이유입니다.

그날 베드로 사도보다 훨씬 지혜로운 이유입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상 안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캐내어

무조건 감사하며 지낼 수 있어야 마땅합니다.

부디 모든 신자 분들이

무엇보다 앞서 구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먼저 구원의 길에서 지켜주시기를 청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여 고달픈 일상 안에서도

주님의 구원 약속만으로 용기백배하여 진실로 행복해지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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