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21주일 <만능열쇠>

(2020. 8. 23 이사 22.19-23; 로마 11,33-36; 마태 16,13-20)

 

무슨 까닭일까요?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데 자꾸만 다른 복음 구절이 떠오릅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뇌리에 가득하고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시는

주님의 표정이 가물대며 떨쳐지지가 않습니다.

아마도이 느낌을 전하지 않고서는

이 요동치는 마음을 재울 길 없어 강론을 적어내리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잠시 지난 복음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나라가 밭에 숨겨진 보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이라는 표현을 덧붙이십니다.

이 말씀에 이의를 달거나 가타부타 할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숨겨진 보물 같은 하늘나라를 찾아낸 자긍심과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의 뿌듯한 느낌을 가질 듯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저에게는 이 말씀이 주님의 고백으로 들립니다.

이를테면 당신의 나라를 향하는 우리 모두가

당신의 보물이라고 고백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님의 눈에 온 세상이 보물이며

우리 모두가 진주와 같은 존재라는 일깨움이라 믿어집니다.

때문에 당신께서는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는 고백이라 헤아리니

자꾸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격이 차오르는 겁니다.

이 말씀만으로도 황송해서 몸 둘 바가 없는데

이어지는 오늘 말씀으로 우리는 더더욱 망극한 은혜를 찬미하게 됩니다.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이 말씀은 그날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라고 대답했을 때 약속하신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날

베드로 사도의 특별한 영성과 빼어난 재주를 평가하여

이 약속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베드로 사도가 그날 이 축복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주님께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고백하는 믿음의 용기를 지녔던 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바치는 신앙고백에도

주님께서는 그와 똑같은 약속을 해 주실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분임을 알고

믿음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지

예수님을 믿고 찾고 의지하고 지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선물하셨습니다.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는 엄청난 능력을 부여받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하고 원하는대로 얻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기도합니다.

주님께 애원하고 간청합니다.

그런데 밤낮을 매달려 기도해도 묵묵부답입니다.

축복의 문이 열리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애원하고 하소연해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주님께서 주신 열쇠가 불량품인가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은근 부아가 치밀고 원망스런 마음도 뭉글뭉글 솟습니다.

이게 뭐예요?”

뻥을 치셨네요?” 라는 심술 맞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

 

우선 하느님의 뜻과 다른 열쇠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방법으로 열쇠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축복의 문을 열 수 있는

겸손과 사랑과 온유와 인내와 용서의 열쇠가 아니라

탐욕과 욕망의 열쇠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풀이하면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은 덥석 챙겼으면서

그분을 따르며 감내해야 할 사랑과 희생의 길을 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나아가는

복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닌 귀한 존재임을 알려주십니다.

우리가 더 이상 종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스런 자녀라는 사실을 일러주십니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모시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일깨우십니다.

한 가족이기에

그분께서 힘들면 함께 힘들어지고

내가 아플 때에는 나보다 더 아파하신다는 사실을 말씀하십니다.

한 가족이기에 당신의 뜻을 충분히 헤아릴 것을 기대하고 계십니다.

당신께서 맡겨주신 열쇠를

세상을 살리는 일에 사용해줄 것을 당부하십니다.

당신의 뜻을 이 땅에 이루어주는 축복의 열쇠로 살아주기를 고대하십니다.

그리스도인 모두가 세상의 만능열쇠가 되기를 꿈꾸십니다.

그러니 자신을 위한 재물창고가 열리기만 원하며

열쇠를 돌려대는 우리모습에 기겁하실 것이 뻔합니다.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만 열쇠를 사용하려하니

축복의 문이 열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열쇠는

주님의 꿈을 이루어드리기 위한 신비의 열쇠입니다.

세상 모든 이에게 축복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마법의 열쇠입니다.

사랑의 힘이 을 실천하도록 힘을 얻게 되는 기쁨의 열쇠입니다.

이제는 먼저 아버지의 기쁨을 헤아리는 듬직한 자녀가 되기 바랍니다.

자녀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깊이 숙지하여 행동하는

성숙한 복음인이 되기 원합니다.

하여 소원마다 주님의 뜻과 딱 맞아 떨어져서

축복의 문을 제까닥열어 제키는 만능열쇠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내 가족 내 집안 내 교회를 넘어

세상을 먹이고 키워내는 축복의 부자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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