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중 제18주일 <너희가 그들에게>

by 월평장재봉신부 posted Aug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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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 <너희가 그들에게>

(2020. 8. 2 이사 55,1-3; 로마 8,35.37-39; 마태 14,13-21)

 

세상은 모든 생명체가 약육강식의 전쟁터에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뉴스 머리말만 훑어도 수긍하게 되는 일도 흔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말씀은 다르십니다.

인간의 삶은

결코 힘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기 위해서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기 위해서 분투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숨결과 영을 간직한 귀한 인간들이

하느님을 잊고 하느님을 외면하여

약육강식의 동물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사실에 몸서리를 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법규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주님의 마음으로 세상 구석구석까지도 살뜰히 돌보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명령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것을 주고 잠들 곳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내처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고 사랑을 주는 삶을 살아낼 것을 당부하십니다.

 

그래서일까요?

교회에서 합송하는 지향 기도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웃을 위해서 기도하고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며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도말미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라며 간곡히 청원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뿐입니다.

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기도는 바꿔치기 됩니다.

내 기도를 먼저들어 달라고 떼를 씁니다.

필요를 위해서만 기도합니다.

물론 주님의 뜻을 실천하기엔

아직 어리고 미약하다는 변명과 함께

지금은 곤란하지만

나중에는 할 것이라는 공수표를 남발합니다.

당장, 지금, ,

나와 내 가족에게

그날처럼 벅찬 기적을 일으켜주시기만 간절히 소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질구질한 우리 이야기를 적으려니, 얼굴이 화끈합니다.

메주알고주알 우리 허물을 들추는 마음이 부끄럽습니다.

주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믿어 고백하며

그분의 자비심에 의탁하여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기에는

우리 모습이 너무 치사하고 졸렬하여

면구스러운 까닭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결코 옛날 옛날에 일어난 과거형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나버린 추억의 사건이 아닙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온 땅과 온 삶에 끊임없는 기적을 베풀고 계십니다.

빛과 물과 공기와 바람

그 무엇도 주님의 것이 아닌 것은 없다는 사실에서

흐르는 냇물 흔들리는 잎새 피어나는 꽃잎

그 어느 것 하나도 주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충분히 기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씨앗하나 심었을 뿐인데

훌쩍 자라나

백배의 열매를 맺는 나무도

벼 줄기가 매달고 있는 백배의 알곡들이 그 사실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진리 앞에서

주님의 크고 자비하심을 찬미하는 무리입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삶 안에 깊숙이 스며들기를 기도합니다.

삶의 구석구석에 말씀의 날 선 칼이 예리하게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살아계신 말씀의 은혜가

자꾸자꾸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우리 걸음을 차단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밤낮없이 건들거리며 유혹하고 있는 세상에서 돌려세워주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이 마음을

속속들이 헤짚어 말끔히 씻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말씀으로 살고

또 그렇게 이번 한 주간을 우리 안에 계신 주님 사랑에 젖어

선하고 아름다운 복음의 삶을 살게 되기를 원합니다.

 

하여 마침내 우리 안에서

그분께서 명령하신 삶은 뒤로 한 채

그분의 것으로 먼저 자신의 배가 채워지기를 원하는 뻔뻔함이

그분께서 주시는 것만 날름날름 챙기려는

치사한 모습이 사라지기를 원합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먼저 나서서 돌보아주라는 주님의 명령을 제대로 실천하는

진정한 복음인이 수두룩해지기를 원합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도 우리 모두에게

진실한 예배자가 되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요한 4,23) 예배를 드리는 축복이 내리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주님을 섬기는 마음은 그분만으로 너무너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