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17주일 <듣는 마음>

(2020. 7. 26 1열왕 3,5-6.7-12; 로마 8,28-30; 마태 13,44-52)

 

오늘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면 무어라고 대답을 드릴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장수도 부귀도 미뤄두고

듣는 마음을 청했던 솔로몬의 순박한 지혜를 부러워해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사람입니다.

때문에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것을 약속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처럼

어부의 삶을 살기 위해서 매우 소중한 그물도 배도

미련없이 버릴 수가 있노라고 선언한 사람입니다.

이 모두가

주님 보시기에좋은 것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 덕분입니다.

 

그럼에도 여태 세상에서 미련을 끊어내지 못합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을 똑같이 추구하려 혈안이 되어 지냅니다.

주님께서

출세를 보장해주시길

권력을 내려주시길

건강을 허락하시길

재물이 넘쳐나게 해주시길

청하고 또 청하기를 거듭합니다.

당장 눈앞에 떨어질 콩고물에만 마음이 팔려있습니다.

 

이야말로 하느님 자녀의 긍지를 잃고 천국인의 품위를 저버린 행태입니다.

구걸하는 거지의 행색이 되어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며 살아가는 꼴이니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날 솔로몬의 대답이 당신 보시기에 좋았다고 고백하십니다.

그리고 솔로몬이 청했던 듣는 마음이란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가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있어야할 것을 아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시어

꼼꼼히 세밀히 살펴 챙겨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런 까닭에 무엇보다 당신의 뜻을 헤아리려는 우리 기도를

진심으로 기특해하십니다.

 

우리 믿음의 조건은 내가 가진 모두를 몽땅 바치는 것입니다.

우리 희망의 요소는

내 온 것을 바쳤을 때에 얻을 수 있는 참 행복에 있습니다.

나를 비운 자리에 주님 사랑이 채워지고

내 생각을 치워낸 자리에 보석같은 주님의 뜻을 모시는 일입니다.

 

그분을 믿고 살아간다면서도

그분을 생각하는 일이 기쁘지 않다면

자꾸 뒤가 구려지고 찜찜해진다면

쪼끔 남겨놓은 그것,

나중에 드릴 생각으로 아껴놓고 있는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듣되

주님의 말씀이 아니라

세상의 것에 솔깃하여 오락가락하는 마음, 탓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특출한 지혜를 얻어서

세상의 누구보다 강하고 튼튼한 왕권을 유지했던 솔로몬이

세상의 것들에 귀를 열고

세상의 것들과 타협하며

마침내 세상과의 사랑에 몰두하였을 때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에게 크게 진노하셨습니다(1열왕 11장 참조).

 

주님을 섬긴다하면서도

세상의 쾌락에 맛들여 지낸다면

그 모습이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나쁜것인지를 확실히 깨닫게 합니다.

솔로몬의 이런 안타까운 결과는

오늘 우리를 향한 명확한 경고입니다.

우리도 하느님께서 그분의 은혜로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내 마음과 생각과 행동에 따라서

하느님께서 선물하신 의로움을 내던질 때

마련해 놓으신 보석과 같은 축복을 잃을 수 있다는 매서운 경고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숭고한 고백은

천국의 가치를 절실히 깨달은 사람만이 끝까지 지킬 수 있습니다.

천국의 소리에 귀가 밝을 때에

세상의 헛것들의 실상을 알아차리고 가려 분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물”(콜로 2,3)의 값어치를

충분히 인식하여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복음은 기쁜 소리입니다.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엄청난 보물입니다.

이 보물을 지녔으니

더더욱 주님의 말씀을 새겨 듣는 마음을 챙기기 바랍니다.

보물이신 주님만으로 충분하여  

내가 가진 것을 다 팔아그분을 모시는 기쁨을 살기 바랍니다.

매일 매 순간

주님을 향하는 지혜로써 참 행복을 누리시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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