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15주일 <믿음 백배로 키웁시다>

(2020. 7. 12 이사 55,10-11; 로마 8,18-23; 마태 13,1-23)

 

세상은 우리를 힐난합니다.

하느님이 밥 먹여 주냐?”며 믿음을 하찮아하고

예수 믿는다고 돈이 생기더냐?”며 비아냥대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력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단언하기도 합니다.

때문일까요?

불법적인 행위마저도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불사합니다.

남보다 잘나고 대단하고 높아 보일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는 

교회 안에도 이러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을 자신의 힘과 능력을 넓히기 위해서 사용하려하고

마치 자신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조달해주는 도구쯤으로

여기니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앉은 자리에서 열배로 높아지기를 바라고

지금 내가 누리는 것이 서른배로 많아지기를 원하고

지금 내가 소유한 것들이 백배로 불어나기를 청하기에 급급하니 그렇습니다. 이렇게 교회이신 그분의 뜻을 살아내기는커녕

그분과 동떨어진 계산만 하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하물며 교회의 성장을 숫자로 가늠하고

교회의 발전을 성당의 크기로 판단하며

교회의 성숙도조차

세상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하고 있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꿈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헛된 세상에 참된 생명을 선물하기 위해서

당신의 외아들의 생명마저 아까워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교회이신 주님께서는

아무것도 스스로 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하여 일하셨습니다.

당신의 교회인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의 뜻만을 한결같이 원하며

말씀대로 실천하라는 간곡한 당부를 몸소 살아내 보이신 것입니다.

 

주님을 잊고 주님의 사랑을 잃은 교회는

허기져 쓰러질 것이 뻔합니다.

그분의 뜻에 전혀 엇박자만 치는 믿음은

그분과 도무지 상관이 없는 미신행위에 불과합니다.

주님의 뜻이 행해지지 않는 교회는

생명을 잃어 빈사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

주님의 몸인 교회, 주님의 몸인 그리스도인의

허약한 건강상태를 심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라는 말씀으로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을 훨씬 넉넉하게 채워 주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다만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여 깨닫지 못하는 마음은

당신께서도 어찌할 수 없는 예외구역임을 밝히십니다.

아울러 당신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을 감아버리는 이들에게는

주님께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일러주십니다.

문득 등골이 써늘해집니다.

지금 가진 것들을 꼽고

지금 지닌 것들을 떠올리느라 갑자기 마음이 부시럭거렸습니다.

이 중에서 과연 그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들어서

백배의 축복을 선물 받는 재목일지 생각하느라

약간 설레기도 했습니다.

겨우겨우...

분주히 나대는 마음자락을 붙들어 주님께로 고정시켰는데

금새 우리 교우들은

과연 무엇을 백배로 불어나게 해 달라고 청하실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래저래 오늘 묵상은 산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ㅠㅠ

이왕 말이 나왔으니 묻겠습니다.

주님께 그 무엇이 서른 배로 커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십니까?

그 어떤 것이 육십 배의 결실을 내게 해 달라고 간청하십니까?

지금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간절하게

백배의 열매를 맺기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훨씬 넉넉해지고 훨씬 더 많아지고 훨씬 더 풍성해지기 원하는 것이

진실로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생각과 상관없이 저는 제 나름대로 계속

주님께 떼를 쓰듯 기도할 것입니다.

생명이신 그분을 깨달은 이 지혜가 서른 배로 자라나기를 청하고

부활이신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은혜가 육십 배로 커지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분을 찬미하고

그분께 의탁하여

그분의 평화를 누리기만 원하는 마음들이

백배로 불어나기만을 소원할 것입니다.

그렇게 진짜 그리스도인이 많아지게 해달라고 조르고 또 조를 것입니다.

 

하여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에게 주어진 선물,

때론 따갑고

때론 아프고

때론 괴로워서

가끔은 울음보를 터뜨리게 만드는

바로 그 고통스러운 일까지도

진심으로 감사하며 받아들이는 믿음을 갖게 되기를 소원할 것입니다.

믿음만이 우리 모두를

하느님을 몰라 외면하고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성령의 기도에

함께 탄식하며 동참하는 천국의 우등생으로 살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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