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믿음의 내공>

(2020. 7. 5 2역대 24,18-22; 로마 5,1-5; 마태 10,17-22)

 

오늘 독서가 전하는 즈카르야의 억울한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들이 당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빤히 알고 계신 주님께서

얼른 나서서 손을 써주지 않은 사실이 의아합니다.

하느님의 조처가 너무 냉정하고 차가워서 불만을 갖게도 됩니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영악하고 치밀하게 인간을 조정하고 있는

악의 세력에 민첩하고 예민하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사탄은 악의 무리로써 우리 곁에 실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갖은 유혹의 미끼를 던집니다.

주님의 뜻을 적당 적당히 살아가라고 은밀히 강요합니다.

세상에서 굳이 미움을 받을 까닭이 무엇이냐고 속삭입니다.

이번 한번만 눈 딱 감고 넘어갈 것을 부추깁니다.

다음번에 제대로 주님의 뜻을 섬기면 될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때로는

혼자서 주님의 뜻을 실천해 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힘을 뺍니다.

또한 그분의 때가 아니면

아무리 좋은 생각과 좋은 행위를 계획할지라도

말짱 꽝이라며 꼬기시도 합니다.

 

때문일까요?

우리는 매우 자주 유혹의 덫에 걸려듭니다.

그리고 이번 한번만 눈을 감고 도와주시면

다음부터는 꼭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살아가겠다고 하느님을 꼬십니다.

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믿지 않겠다..

기도하지 않겠다...

하느님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며 하느님을 협박하기까지 합니다.

어느새 사탄을 닮아 사탄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는 것입니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매 시간 그분을 밀어내는 그 순간에

주님의 뜻이 아니며

주님의 방법이 아니며

주님의 사랑이 아닌 것을 취할 때

우리는 주님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그분처럼 고통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면

아픈 십자가를 피하려 든다면

그 순간 우리는 배교자입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김대건신부님의 삶을 추억하며 고결한 삶을 기립니다.

꿈 많았던 청년이었던 신부님께서도

번민으로 산란했던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눈앞의 핍박을 모면할 기회를 떨쳐내는 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유혹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신부님의 신앙은

시련의 사건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주님께 바짝 다가가

당신의 뜻을 묻고 또 물으며

스스로를 단련시킨 결과라 깨닫습니다.

이해되지 않고 알 수 없는 하느님의 뜻에

무조건적인 를 바치기 위해서

쉼 없이 단련했던 내공의 결과라 헤아립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와 달랐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의 차이점은 뚜렷합니다.

지금 주어진 작은 십자가를 피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 살아내야 할 주님의 뜻을 내던지지 않았으며

세상의 뜻에 굴복하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하여 사사건건 성령께서 슬퍼 탄식하게 하는 우리들과 너무나도 달리

꿋꿋하게 주님의 뜻을 향하여 나아감으로써

성령을 기쁘게 하신 것입니다.

 

주님 나라를 위한 죽음은

하느님 나라에 입성하는 여권입니다.

주님의 나라를 위해서 모욕과 고통을 당하심으로

당당한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엄청난 고통을 당하신

김대건 신부님은

성인이 되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세상과 이웃에게 

내 감정을 죽이고

내 생각을 죽이고

오직 사랑이신 하느님의 뜻만을 전하는

믿음의 내공을 쌓게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우리도 하느님 나라로 직행하는 축복을 선물받기 원합니다.

그분의 말씀으로 깨어나

그분의 말씀에 온 삶이 젖어들어

기쁨으로 가득한 복음의 행복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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