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몸입니다>

(2020. 6. 14 신명 8,2-3.14-16; 1코린 10,16-17; 요한 6,51-58)

 

사도 요한은 자신의 복음서를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성경말씀이라고 선언한 요한 사도는

자신이 복음서를 기록한 목적이

오직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새삼스럽게 요한 복음의 첫머리를 떠올리고

말미에 적힌 그의 고백을 들추게 되는 것은

그 말씀이 진리라는 점을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확신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말씀을 알면 알수록 하느님을 아주 가까이 느끼게 되는 까닭입니다.

성경의 모든 기록은 우리에게

하느님이 누구이시며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줍니다.

당신의 존재와 성품과 뜻을 깨닫게 합니다.

 

이렇게 성경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는 하느님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의 본질은

하느님을 점점 깊이 알아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님과 진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는 일이라 싶습니다.

묵상도 체험도 모두

그분과 나눈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삶이 이 세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땅에서의 삶 이후에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합니다.

매일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하여

이 땅에서 영원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성인들의 삶이

우리에게 그토록 깊고 넓은 향기를 지니는 이유일 것입니다.

 

가끔 힘이 빠지고 지칠 때,

오늘 예수님의 마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라고 외치시던

예수님의 표정을 그려보곤 합니다.

 

진리선포에 귀를 닫고

영원한 생명을 거부하며 돌아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시는

주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헤아려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을 믿고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 내 안에서

과연 그분의 심정이 어떠실지 살피게 됩니다.

 

더불어 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이 주시는 참 생명의 풍성함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 땅에서의 재물과 능력과 건강이 뒷받침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현실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그날 그분을 따르다 쌀쌀맞게 돌아섰던 군중들처럼

영원한 생명의 풍성함은 귀로만 듣고

땅에서의 풍요만 갈구하는 모습을 참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먹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주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내 안에 당신의 살과 피를 공급받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오늘 주님의 말씀을 명확히 깨닫지 못했던

유다인들처럼

제자들처럼 이 말씀을 어려워하기 일쑤입니다.

하물며 미사에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거룩한 존재로 변화 된 사실마저 기억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 어려운 진리

인간의 자의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이 어려운 말씀을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다시 선포하셨습니다.

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은

인간의 이해와 별개로 이루어지는 진리임을 일깨우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세상 모든 문제의 열쇠이신 주님께서는

당신과 하나 된 그리스도인들을 통하여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이 진리를 알리려 하신다는 사실을 깊이 새깁니다.

진정한 삶의 축복을 선물하기 위해서

오늘도 만능열쇠이신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계십니다.

생명의 빵으로 배불린 우리가

그 열쇠를 사용하여 세상을 살리기를 참으로 기대하며 고대하십니다.

 

복음을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우리 마음을 좀 외롭게 하더라도

우리 심사를 심히 괴롭게 하더라고

우리 눈앞을 캄캄하게 만들더라도 개의치 않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유혹도 이겨낼 것을 약속하신 주님께

내 몸을 빌려드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오신 주님을 위해서 살아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늘 승리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저렇다...

말도 많고 해석도 다양한 삶의 정답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에 있습니다.

우리가 지닌 사랑과 믿음이 세상을 살리는 예수님의 밑천입니다.

명심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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