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예수 부활 대축일 <부활인의 기도>

(2020. 4. 12 사도 10,34.37-43; 콜로 3,1-4; 요한 20,1-9)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부활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순 기간을 통하여 우리는 극기와 희생과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참회의 행위가 솔직한 것일진데

우리 모두는 반드시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의 변화로 인해서 온 세상이 감동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내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함께 하시며

당신의 능력을 우리에게 덧입혀주신 주님덕분입니다.

이렇듯 부활의 삶을 살아가는 축복은

내 의지나 내 행위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믿음의 선물입니다.

 

그날 주님의 제자들은

성경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까닭에

주님의 빈 무덤을 보고서도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했음에도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행동이 갈팡질팡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독서 말씀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변화되었습니다.

온유하고 담대하고 확신에 찬 부활인이 된 사실을 드러내 전해줍니다.

일말의 주저함이 없이

자신들이 땅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선포합니다.

오롯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품에 숨겨져있음을 고백합니다.

부활하였기에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않는

영광된 삶을 지향한다고 자부합니다.

......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일까요?

 

저는 그 열쇠가 바로 기도에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솔직히 주님의 제자들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나면 그뿐,

돌아서면 긴가민가 싶어지는 마음을

스스로도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을 것입니다.

이 사실은 주님께서 제자들을 방문하실 때마다

두려워서 문을 잠그고 떨고 지낸 사실에서 충분히 짐작이 되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당신이 잡히시던 그 밤,

그리도 처절히

땀이 피가 되어 흐르도록 몸소,

기도의 진실을 가르쳐주신 것이라 싶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바치신 주님의 기도야말로

기도의 정석이며 기도의 모범이며 기도의 진수라고 생각됩니다.

 

그날 주님의 기도는

당신이 처한 기막힌 상황을 기적적으로 바꾸어놓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두렵고 떨리는 상황을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끌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맹렬히 기도를 한다고 해서

고민되고 걱정되고 간 떨리는 일이 몽땅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도를 해도

고민되고 걱정되고 근심스러워서 슬프고 괴로운 상황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이 바뀝니다.

기도하면서 고민하고 걱정하고 슬픈 마음이

당당하게 맞설 용기를 얻게 됩니다.

똑같은 상황인데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더 이상 그 일에 묶여 근심하고 걱정하며 괴로워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기도는 내 마음이 달라지도록 합니다.

두렵고 자신 없어서 자꾸만 뒤로 물러앉던 마음에

용기를 심어줍니다.

기도하기 전에는 힘이 없던 내가 박차고 일어설 힘을 얻게 됩니다.

기도했으니까

이제 곧, 어서 빨리 이 상황이 뒤집어지기를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도의 효과입니다.

기도는 이렇게 나를 바꾸는 도구이며 내가 변화되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성숙한 부활인은 기도로써 하느님의 뜻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하여 주님의 것을 생각하고

주님의 것을 행하는  변화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어제와 똑같은 세상을

어제와 똑같은 이웃을

어제와 똑같은 교회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시선을 바뀌고 마음을 새롭게 할 때

우리는 완전한 천국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오십일 동안의 부활 축제를 지내면서

우리 마음이 온통 주님께서 주신 생명의 기쁨만으로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하늘과의 순탄한 통교를 위해서

이 탁월한 기도의 방법을 잘 익히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기도의 모범에 따라

더 견고한 믿음으로

참 부활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이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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