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2020. 4. 5 이사 50,4-7; 필리 2,6-11; 마태 26,14-27,66)

 

오늘 복음은 무척 깁니다.

때문에 그날 예수님의 길고 길었을 하루를

좀 더 가까이 더듬어보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날 하느님의 아들을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하느님의 아들을 대했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과연 지금 내 모습은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살피게 합니다.

 

저는 오늘 주님의 수난복음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에서

유다 이스카리옷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님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수석사제들을 찾아가서

주님을 팔아넘길 의향을 전하는 초라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주님의 몸값을 흥정하는 비굴한 행색이 보이는 듯 눈에 선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겨우

은돈 서른 닢을 받아낸

유다의 표정이 어땠을지... 궁금했습니다.

은 서른 닢은 한 세겔입니다.

당시 시세로 따져서 4 데나리온의 가치를 지녔습니다.

한 데나리온이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나흘 동안 막일을 하면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다에게 예수님의 가치는 고작 나흘 품삯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유다는

값진 향유를 쏟아 주님의 머리를 닦아 드렸던 마리아의 행위를

허튼 짓이라고

뭔 낭비냐면서 펄펄 뛰었던 것이라 싶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겨우 4 데나리온의 가치를 지닌 주님께

자그마치 300 데나리온의 향유를 쏟아 내버리는 짓을 했으니

그가 얼마나 흥분이 되고 열을 받았을지

이해가 됩니다.

 

과연 우리에게 주님의 값어치는 얼마입니까?

믿음도 사랑도 적당히 계량하여 실천하려는 우리,

봉사도 희생도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우리 때문에

주님께서는 오늘도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하실 것만 같습니다.

 

한 주일에 한번

성당에 들러서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신앙의 의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하는 수준이라면

진리도 정의도 저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답답하고 갑갑한 일이 생겨야만 기도에 매달리는 신앙이라면

자신의 안전과 안일이 위협을 당할 때에는

얼마든지 세상과 흥정하여

주님을 팔아넘길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주님을 향하여 호산나라고 소리쳐 환호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가장 소중한 분이라는 사실을 소리쳐 밝혔습니다.

이 고백이 진심일진데,

우리는 성숙한 신앙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가치가 너무나 높고 너무나 커서

가장 소중한 것을 골라 드릴 수 있는

담대한 믿음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혼탁한 세상을 보시는 주님께서는 오늘도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라고 토로하십니다.

성심의 고통을 살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 모습이

주님께 위로가 되기를 원해봅니다.

우리가 바치는 감사와 사랑이

매일 매일 더 묵직해지기를 원합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좋은 일을 하였다

귀한 평가를 얻기를 원합니다.

하여 우리 모두가

주님께 뛰어난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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