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사순 제4주일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2020. 3. 22 1사무 16,1.6-7.10-13; 에페 5,8-14; 요한 9,1-41)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들려주신 첫 음성입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사도 요한이 전하는 복음의 첫 소절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이 창조된 사연으로 당신의 고백을 풀어놓으신 반면

사도 요한은 하느님의 아들이

곧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진리의 선포로 말문을 연 셈입니다.

이야말로 사도 요한이

참으로 당신의 스승 예수님을 알고 이해했다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사도 요한이 타 복음서가 다투듯 기록했던

예수님의 기적 행위를 과감히 생략하고

오직 빛이신 주님을 전하기 위해서 몰입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짓누르는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서 고심했던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는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가 귀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왜 굳이, 사도 요한은 이 사건을 아주 자세히 들려주려 했는지

이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까지도

상세히 전해주고 있는 것인지, 살피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일깨우려했던 요점을 캐게 됩니다.

 

사도 요한은 이 이야기를 자신을 포함한

제자들의 우매함을 고백하며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이었지만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인간의 시각에 따라 이웃을 판단하려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습니다.

주님과의 동고동락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제까지도 사랑과 자비의 주님을 이해하지 못하여

그가 장님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인지를 여쭙던 못난 모습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그것을 오늘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아쉽습니다.

땅에 침을 뱉고 그것을 진흙으로 개어서...”라는

치유의 과정도 성에 차지 않고

기적의 현장으로 떠오른 실로암 못도 그저 그런 느낌입니다.

웬일인지

주님의 주옥같은 말씀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도 시들하게 생각됩니다.

 

강론을 준비하면서

하기야 이런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는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생각에 붙들려서 머리가 쑤시는 일에도 이력이 났으니

다시 그날 그 사건을 꼼꼼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했던 그의 모습이 색달랐고

안식일에 장님의 눈을 뜨게 한 예수님을 단죄하기 위해서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취조하는 바리사이들에게

약간은 어눌하게 조금은 모자란 듯 답변하는

그의 못난 모습도 강론의 주제가 될 만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강론을 적는 마음에 도통 신바람이 일지를 않았습니다.

이거 말고 다른더 귀한 모티브를 찾고 싶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이 사건을 기록하면서 꼭

우리에게 일깨우려 했던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주위 사람들마저도

태생 소경이 눈을 떴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서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선뜻 나서서 그가 들려준 대답입니다.

눈이 멀었었는데 이제는 보게 되었다는 사실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던 이들과

그의 부모님마저도

회당에서 내쫓길 것을 두려워하며

분명히 장님이었던 아들이 눈을 뜨게 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답변하기를 주저했던 모습과 비추어볼 때,

그의 결단이 대단한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토당토않게 욕설까지 퍼부으며 기를 죽이던 바리사이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던 그의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세상은 말합니다.

하느님은 없다.”

세상은 묻습니다.

하느님이 어디 계시냐?”

세상은 복음을 믿지 않습니다.

때문에 하느님이 뭐가 답답해서

죽어가면서까지인간을 구하시겠냐?”고 의아해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세상의 의문과 질문에 답하기 원하십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 모두가

주님은 세상의 빛이라는 진리를 말하게 되기를 바라며

그날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통하여

세상의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예수님은 우리의 구세주이심을 고백하게 되기를 기도하며

적어내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처 그분이 누구인지를 몰랐던 그가

그분을 믿을 수 있기를소원했던 것처럼

그렇게 그분을 뵙고 그 분이 예수님이심을 알고 난 후에

깊이 경배드리며 저는 믿습니다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의 믿음이

오롯이 주님을 향하기를 소원하며 이 글을 소개한 것이라 믿어집니다.

 

사순,

그분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그분의 자비를 믿지 못하는 세상에게

주님의 사랑과

주님의 은혜와

주님의 은총의 주인공이 바로 라는 사실을 밝히기 원합니다.

주님을 믿으면

어느 누구든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진리를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전하는 우리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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