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사순 제3주일 <사순, 부활을 품은 광야입니다>

(2020. 3. 15 탈출 17,3-7; 로마 5,1-2.5-8; 요한 4,5-42)

 

탈출기를 읽으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끝없는 불평에 넌더리가 납니다.

오늘도 모세에게 불평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또 시작이군싶습니다.

한심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뜻밖의 반응을 보이십니다.

무엄하다고 호통을 치지도 않고

뭔 불만이 그리 많으냐?’고 나무라지도 않고

선뜻 해결책을 마련해주십니다.

참으로 선하고 자비로운 주님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을 읽으면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의 고역을 외면하지 못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도무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는

말없이 도움을 주는 분이시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사건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은 거친 광야에서 참을 수 없는 목마름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니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 당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인간의 소리를 챙겨들으십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픔에 시달리며 내지른 불평을 즉각 해소해주고

목이 말라 기진해서 올리는 불만을 탓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그 불만과 불평이 떠나온 이집트 삶에 대한 향수이거나

혹은 삶에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아닐 때, 엄히 대하십니다.

주님을 몰랐던 시절에 우리가 지녔던 것들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기준이 적용되리라 생각됩니다.

주님은 우리 삶에 꼭 있어야 할 것을 먼저 알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더 갖기 위한 욕망에 따라 청하는 것이나

꼭 필수적인 것이지 않은 것에 대한 갈구에 묵묵하십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예전에 주님을 알지 못했던 시절에 누렸던 것들을

다시 탐하는 것을 용납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그리 살피니 우물 앞에서 생명수에 관한 가르침을 단번에 깨우쳐

주님께 목이 마르지 않는 생수를 구했던

여인의 청원이 주님께 얼마나 반갑고 소중했을지 느껴집니다.

이미 다섯 남편을 두었던 처지였지만

남편이 없다는 그의 대답이야말로

세상 것에 대한 부질없음을 고백한 지혜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그렇게 선뜻 맞장구를 치셨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순 시기는

우리에게 지난 삶을 곰곰이 되짚어 보게 합니다.

주님께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르신 것들을 가다듬어 살아가도록 합니다.

매일매일 오직 그분을 향해서 시선을 고정하여

그분의 길에서 동떨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습니다.

이렇듯 사순 시기는

세상의 삶에서 탈출하여 그분께로 나아가기 위해서 거치는 광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불평하다

호된 불상사를 당하면 득달같이 일어나 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당장 눈앞에서 불통이 튀지 않으면

또 다시 옛 자리로 회귀해 버렸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다. ()

그들 가운데 어떤 자들이 투덜거린 것처럼 여러분은 투덜거리지 마십시오.

() 이 일들은 우리에게 경고가 되라고 기록되었습니다(1코린 10 참조).

진심으로 말씀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에 관하여 관대하시고

너그럽게 선의로 대하시다는 사실을 탈출기는 분명히 알려줍니다.

하느님께서 끊어라 하신 것,

아니라 하신 것에 미련을 두고

서운해 하고 속상해 하고 불만스러워하며 불평하는 일에는

단호히 맞서신다는 사실을 뚜렷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와 대입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만약에 우리가 이 사순 시기 동안만 꾹 참고 견딜 요량이라면...

주님께서 어찌 생각하실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주님의 뜻을 불평한다면,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끊어야 하는것을 불만스러워한다면

주님께서 무엇이라 하실까 싶습니다.

더욱이 그 불만이

자꾸만 세상에서 가졌던 옛일을 그리워하는 것이거나

세상에서 탐하는 것에 마음이 끌려서 터져 나오는 것이라면,

하느님 마음이 어떠실까 싶습니다.

 

물론 짧지 않는 사순시기의 희생이 적은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순시기를 통한 단련이 계속 이어지지 못한다면

사순이 지닌 축복을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들이

사순시기를 통해서 익힌 전부를 일평생 간직하기 원하십니다.

우리 모두가 어제와 변화된 모습을 살아가기 원하십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지난날과 철저히 차별화된 삶을 꾸리기를 기대하십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뜻은

나약하던우리를 모두 완전하고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하느님의 기대에 부응하여

이 땅에서 부활의 삶을 당겨 누리는 축복의 주인공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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