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6주일 <그리스도인은 사랑의 능력자입니다>

(2020. 2. 16 집회 15,15-20; 1코린 2,6-10; 마태 5,17-37)

 

오늘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마음에

언뜻 주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의 속마음을 몰라주는 이스라엘 백성의 행태가

너무나 답답해서 너무 안쓰러워서

주님의 표정이 어두웠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르신 삶의 단순한 지침에 

인간의 생각을 보태고 더하여

엄청 까탈 맞고 요상한 것으로 변질시킨 어리석음이

딱하고 애처로워

주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을 듯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은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하고 교묘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걸려들도록 걸림돌을 숨겨놓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걸려들면 본때를 보이기 위한 조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머리를 굴립니다.

눈치를 봅니다.

뭔가 수를 쓰려고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지침을

성가시다하고 싫다하고 무겁다합니다

하느님의 계명은 복잡하다하고 가르침이 귀찮다합니다.

 

더러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덥석 받아 챙기는 것은

멋쩍고 부담스러운 행태인 듯 하여 민망하다고도 합니다.

스스로 자격을 갖춘 후에

잘 믿겠다는 다짐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이러한 고백에

어떤 표정으로 답하실지 생각해봅니다.

이야말로 겸손이 아닌 교만이라는 것을

이야말로 도대체 어이없는 발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일러주지 않으셨을까요?

하느님의 아들로 인하여 거저 주어지는 은총을

믿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리를 거부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단호히 일깨워주지 않으셨을까요?

 

율법이나 세상의 법과는

현저하게 다른 하느님 법의 참뜻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를 자녀 삼으신 하느님의 뜻은

우리를 세상의 최고로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세상에서 이름을 드날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우리의 성공이 아닙니다.

때문에 하느님이 좋아하시니까

정직하게 살아가는 일,

하느님의 뜻이기에 착하게 살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을 기대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뜻을 위하여

당신의 의를 선택하는 모습을 기뻐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말씀대로 살았던 예수님 때문에

너무나 기쁘셨듯이 그렇게 기뻐하십니다.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만큼, 격려하는 만큼, 위로하는 만큼을 넘어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루카 6,38)

되돌려 주기 위함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이신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아버지처럼 자비를 살아낼 수 있는

아버지처럼 심판하지 않을 수 있는

아버지처럼 용서만 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 마음과 지성에 주님의 지혜가 이미 새겨져 있습니다.

이 은총을 한껏 사용하여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부어지는 축복을 누리시길 소원합니다.

그 법을 지키는”(지혜 6,8) 지혜자로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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