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세상에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말 가운데 하나가

가정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 가정은 어떠하십니까?

얼마 전에 결혼한 지 3개월 되는 새댁이 자매와 면담을 했었는데,

“3개월이 한 30년은 되는 것 같다면서 한탄하는 자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거구나 싶고

가정을 꾸려가는 것만으로도 큰 성인의 삶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결혼한지 석달, 단 두 사람의 일도 힘든데,

자녀들이 있으니 복잡할 것은 당연합니다.

자녀 앞에서는 끝없이 무너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 않습니까?

독신으로 사는 제가 너무 잘 압니까?

사제도 아버지로 속썩고 사랑으로 품는 사람이니까 약간은 이해합니다.

 

우리의 삶은 다름 아닌 사랑을 배우고, 사랑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일 뿐입니다.

이렇게 속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자식들은 모릅니다.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혼도 진도 다 빠지도록 돈 벌어 들이는 기계이고,

어머니는 그저 자신의 삶은 없어지고

가족들의 필요에게만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5분 대기조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하다면 큰일입니다. 바꾸어야 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우리가 바꾸어야 할 그 삶은 성부 성자 성령께서 사셨던 친교의 삶입니다. 자기 자신을 없애면서 상대 안에서

상대를 위해서 살아가는 삼위일체의 삶입니다.

하느님의 삶을 우리들이 본받아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좀 어려우시죠?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 삶을 그대로 살으셨던 지상의 모델로

나자렛 성가정을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한없이 부족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면서

어찌하면 성가정을 닮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과연 성가정은 어떻게 살았습니까?

요셉 성인은 성가정의 합법적인 가장이요

성가정의 울타리이며 기둥이셨습니다.

그럼에도 그분은 한없이 겸손하셨습니다.

요셉 성인이 겸손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성모님이 누구신지를 잘 알고 있었음으로 가능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이 진정으로 예수님을 알고

성모님을 공경한다면 가능한 것입니다.

요셉 성인은 예수님과 성모님을 섬기는 종으로 살았고

땀을 흘리는 노동으로 예수님과 성모님을 부양했습니다.

아버지는 가정의 독재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아버지의 권위는 섬기는데서 생겨나고

한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를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가장으로써의 의무라는 말씀입니다.

아버지는 그 가정에서 가장 큰 사랑을 가진 머슴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떤 아내가, 어떤 자녀가 이런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겠습니까?

가정에서 가장 믿음직한 아버지, 가장 편한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요셉처럼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계신 모든 아버지들이 요셉성인의 믿음과 겸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하시는 진정한 기도의 지향을 가질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버지들은 제 말씀에 체면이 구겨지십니까? 아마 아직 그러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방법을 바꿉시다.

그토록 권위적이고 어른이신 우리 아버지, 내 남편을 위해서

아내가 기도하고 자식들이 기도합시다.

 

자 이제 성모님은 어떻게 살으십니까?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라고 하지요. 한 가정에서 아내요 어머니의 역할은 이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성모님은 예수님의 숨소리 하나까지 마음에 새기시며

품 안에 예수님을 하루 종일 바라보셨습니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관상의 절정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성모님은 변함없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신 대로 하나 하나 실천하며 사셨습니다.

가장 완전한 신앙입니다.

또 성모님은 가사 일에 도우미가 없으셨습니다.

손수 요셉 성인과 예수님을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셨을 것입니다.

청소를 하셨을 것이고

목공소에 일하시는 요셉 성인에게 간식도 챙기셨겠지요.

가정을 따뜻하게 살피시너라 분주하신 우리 어머니 그대로이십니다.

모든 집안 식구들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어쩌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으면 식구들 모두가 어머니를 찾습니다.

애들이 학교 갔다와서도 엄마!”하지요.

남편들도 밖에서 들어오면 아내를 찾습니다.

집에 아내가 보이지 않으면

애들에게 너거 엄마 어디 갔노?”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습니까?

아내가, 우리 엄마가 집에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따뜻합니다. 환하고 밝습니다.

어머니가 있어야 가정의 모양새가 비로소 갖추어집니다.

 

모성애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희생을 희생으로도 여기지 않습니다.

용서하고 인내하고 모든 일에 참아냅니다. 한없고 주고 또 줄줄 압니다.

그것도 모자라 애간장이 탑니다.

이것은 우리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마음이시기도 합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머니의 마음이야말로

놀라운 하느님을 닮은 사랑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성애에 성모님이 가지신 믿음과

예수님께 대한 사랑까지 있어야 말 그대로 하느님을 닮은 것이겠지요.

모든 어머니들은 집안에서 성모님의 역할을 맡으신 것입니다.

하느님 닮은 사랑과 희생에 믿음과 겸손과 침묵은 필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그 어머님을 낳아주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정말 우리를 위해서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은 아기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인 부모님께 겸손되이 순종하셨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는 것을 스스로 살아 보이신 것입니다.

 

우리들은 커가면서 부모님의 처지가 하찮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돈도 못 벌고 무식하고 힘이 없는 부모가

다른 이보다 낮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다 입니까?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우리는 부모를 통하여 생명을 받은 것입니다.

그 이유 하나 때문에라도 우리는 부모님을 사랑해야 드려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주신 사랑과 자녀를 위해 바친 그 희생만으로도

존경과 사랑을 받아 마땅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해 드리는 방법만 가르쳐 주셨습니다.

다른 것 없습니다.

나자렛 가정에서 예수님은 가장 작은 분으로 사셨지만

사실은 예수님이 그 집의 주인이셨지요.

나자렛 가정을 천국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주인이신 예수님께서는 한갖 피조물인 부모님을 하찮아 하지 않으셨습니다.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가정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실 때 가능합니다.

또 예수님을 모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모든 식구가 자기 역할을 최선을 다하여 일하는 것이고

그리고 서로에게 겸손하다면 예수님은 그 가운데 계십니다.

요셉 성인, 성모님, 예수님은 서로를 섬기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성가정의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가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가정이 기도하고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가정이라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함께 살아 계십니다.

 

우리들 가정에게 새로움을 주시고

풍요롭게 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어 오신 주님!

저희 가정들이 당신의 나자렛 성가정을 닮을 수 있도록 축복해 주소서.

가정은 우리들이 하느님을 닮아가고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는 학교입니다.

주님! 저희가 기도하는 가정으로 살게 하시어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도록 해 주십시오.

하느님의 마음으로 겸손하며 서로간의 순명으로 서로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요셉성인이여!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저희에게 가르치소서.

예수님을 모시고 살으신 당신 앞에 놓였던 그 어려움들 앞에서

두려움 없는 믿음으로

오로지 사랑하셨던 당신의 행적을 따라 살게 이끄소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예수님을 사랑하신 성모님!

우리들에게 그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그래서 우리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듣고 실천하며

살 것인지를 배워 따르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머니, 이렇게 당신의 모습을 따라 이 세상을 다 살고,

우리가 천국에 갈 때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꼭 보여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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