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대림 제4주일

(2019. 12. 22 이사 7,10-14; 로마 1,1-7; 마태 1,18-24)

 

대림초가 모두 밝혀졌습니다.

교회는 대림이라는 전례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일에 익숙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세상의 우리들이 마련해 놓은 대림이라는 이 시기가

하느님께도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교회의 원의와 계획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 덕분입니다.

우리들은 교회가 하는 일들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참으로 지혜롭다는 사실을 이 대림 시기를 통하여 거듭 깨닫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대림시기를 정하고 오소서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예수님은 임마누엘 하느님은 이미 이 자리에 계신 것을 모르십니까?

임마누엘은 창세부터 이제까지 계속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십니다.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고 세상이 그것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기를 정해 놓고서

좀 더 경건하게 좀 더 절실하게 그분의 은혜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순전히 믿음 약한 우리를 위한 교회의 배려일 뿐입니다.

 

세상이 창조되고 원죄가 있은 후로부터 이 세상은 언제나 대림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 한결 같이 구세주를 기다리며 살았던

믿음의 사람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세주는 이 세상에 탄생하셨습니다.

그러나 긴 기다림의 끝에 세상에 오셨던 그분을

세상은 우리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쫒아내 버렸을 뿐입니다.

정말 세상을 보시는 하느님 마음이 얼마나 갑갑할지 알 것 같습니다.

진짜 우리 맘대로 입니다.

 

교회는 대림시기에 대영광송을 부르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대영광송은 예수님이 탄생하신 그 시간에,

그 놀라운 일을 본 천사들이 불렀던 찬미의 노래가 그 첫 소절입니다.

그러니까 천사들이 부른 노래를

우리가 리바이벌한 것이 대영광송인 것입니다.

이즈음 하늘의 천사들이 우리를 보면서 뭐꼬?”싶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세상에 이미 와 계신 예수님을 다시 기다린다면서

부산스럽게, “오소서” “오소서하고 있으니,

천사들 보기에 웃기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만약에 대림이라면서도 그 날 불렀던 천사들의 노래까지

우리들이 불러버리면 하늘의 천사들은 자알 놀고 있네라고 하면서

뜨악해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교회는 천사들의 몫을 남겨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는 오늘 대림의 전례에서 교회가 지닌 지혜를 봅니다.

매일 미사 때마다 함께하여 찬미를 바치던 천사들은

우리들이 그 찬미를 쏙 빼 버리고 미사를 바치고 있으니

요즈음 천사들이 얼마나 애가 타겠습니까?

어쩌면 우리보다 더, 대영광송을 함께 바칠 그 성탄의 전례를 기다리면서

목청을 가다듬고 있을 것도 같습니다.

교회의 처사는 정말로 현명합니다.

 

긴 기다림의 끝자락입니다.

 

간절하던 기다림은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오히려 분주해지려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시는 그분의 자리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이틀 후면 뵙게 될 예수님을 생각하니까

오늘은

좋은 얘기만 하고 싶습니다.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

저 저승 깊은 곳에 있는 것이든,

저 위 높은 곳에 있는 것이든 아무것이나 청하여라.”

오늘,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서 주신 말씀이

너무나 벅차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우리들 모두가 아하즈 왕처럼 체면 차리려 들지 말고

마음껏 하느님께 청을 드리는 성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날 주셨던 약속의 말씀을 이루시고

이제는

언제나 우리의 청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성탄은

세상에 다시 오시는 예수님이 준비하신

은총과 사랑

기쁨과 감사

나아짐과 더해짐이

풍성한 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들 손에 듬뿍 쥐어 보내신 선물을 받고

흥겹게 신이 난 우리 모습을

보고 싶으십니다.

어떤 선물이든

어려워말고 말씀드려서

성취하는 성탄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자녀로 확인된 우리들이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우게 되기를

전구해 주고 계시는군요.

 

우리 영혼의 깨어남이

잠에서 깨어나서

천사의 명령을 그대로따랐던 요셉처럼

하느님께 귀하고 아름다운 삶이 되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기쁜 성탄이 이틀 남았습니다.

정말

귀한 오늘입니다.

하느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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