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대림 제2주일

(2019. 12. 8 이사 11,1-10; 로마 15,4-9; 마태 3,1-12)

 

대림초가 두개 밝혀졌습니다.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마음을 다진지

벌써 한 주일되었습니다.

기도 많이 하고 계십니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표현 중에 하나가

바로 기다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름다운 소망을 품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에 치쳐버리거나

그 기다리는 것의 끝이 희망적이지 않고

기쁘지 않은 경우를 말할 때에는 우리는 기다린다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벼룬다고 표현하지요.

아무튼 우리들은 참으로 귀한 만남을 기다리는

아름답고 소중한 시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아끼시고 애를 끓이며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나를 위해맨 몸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찬미할 수 있도록 모자라지 않는 은총의 대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은 참된 기다림의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예수님께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라는 칭찬을 들은 이유는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가 살았던 철저한 금욕주의가 예수님을 감동 시켰습니까?

금욕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소중한 부분인 것이 확실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이 먹고 입는 것에 금욕적이었다는 것으로

큰 사람이다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어떠한 것의 포기가

어떠한 것을 즐기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이 세상의 권위자를 향한 독설 덕에 있습니까?

그가 쏟아내는 엄청난 저주의 말이 하느님의 속을 후련하게 했을까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 누구도 판단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사로잡은 그의 매력은 무엇이겠습니까?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 모든 것을 포기하였고

오로지 오실 메시아를 위해서 이스라엘에게 회개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자신의 생애를 열정에 불사른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강직했던 세례자 요한이었지만

오늘 복음을 다시 묵상해 보십시오.

그는 진리 앞에 솔직했습니다.

그 앞에 다가오는 누구에게도 감동을 일으켜 회심을 불려 일으키는

하느님의 영의 사람이었고,

헤로데 왕까지도 솔깃하게 만들었던 그의 언변이

오늘 오실 메시아 앞에서는 완전히 낮아집니다.

온 세상이 그 말 한마디에 벌벌 떨고 굽신거리는데,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도 않은 그 분을 알려드리면서

보이지 않는 그 분 앞에 자신의 초라함을 밝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한마디로 세례자 요한은

예 할 것아니오 할 것을 구분할 줄 알았던 지혜로

예수님을 감동시킨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는 하고, 세상의 아닌 것에 아니다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들 앞에 놓여지고,

다가오는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하느님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내 안락을 위해서나, 내 자식을 위해서나,

나의 사업이 잘되기 위해서 하느님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한계를 세례자 요한은 정확히 알았고,

굳은 믿음으로 메시아를 기다렸으며

하느님 앞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깨달았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에 대한 열정조차도

그분께서 주심으로 가능하다고 여긴 작은 자였습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를 큰 사람으로 높이신 것이지요.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이 외치는 음성은

우리 마음을 찔리게도, 겁에 질리게도 합니다.

 

그럼에도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시는 훌륭하신 그 분.

세례자 요한이 신발 끈도 풀 수 없이 크다고 고백하신 그 분은

오늘도 우리를 그 나라에 초대하십니다.

우리의 생각이 좀 모자라고,

우리의 믿음이 좀 흔들거리고,

우리의 회개가 반나절밖에 못가더라도 우리를 기다려 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만나려 오실 그 날을

우리보다 더 꼽아 기다리시는 때가 이 대림입니다.

 

더욱이 오늘은 교회가 마련한 인권 주일입니다.

하늘에 큰 영광을 벗어 놓으시고

이 세상을 위해 다시 오시는 예수님께서는 과연 누구를 위해 오시는 것인지
올해에도 거듭 세상을 찾으시는 까닭

다른 것이 아니라 내가 외면한 세상의 이웃,

내가 마음에 담지 못하는 소외된 일들을 찾기 위한 이 아닐련지요.

맨 몸으로 오시는 예수님의 수고를 덜어 드리고

그 아픔을 함께 하는 마음으로

미쳐 눈길을 돌리지 못했던 주위를 살펴보는 대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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