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28주일 <그리스도인은 앓는 세상의 치유자입니다>

(2019. 10. 13 2열왕 5,14-17; 2티모 2,8-13; 루카 17,11-19)

 

오늘 독서 말씀의 배경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나아만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람왕궁에서 벌어진 일이 떠오르고

이어서 이스라엘 왕이 옷을 찢으며 외친 단말마적 비명소리까지 상상됩니다.

물론 주연은 엘리사 예언자와 나아만입니다.

하마터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을

극적으로 반전시켰던 클라이막스의 주인공이니까요.

이 감격적인 사건을 마주하며

과연 어느 부분과 어느 인물에 포커스를 맞출지...

멋진 영화를 제작하려는 감독처럼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람 왕의 친서와 예물을 받고서

잔뜩 겁에 질렸던 이스라엘 왕의 모습이 못났다싶었습니다.

그에 비하여 자신과 직접 상관도 없는 일에 나서서,

나아만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었던 예언자의 모습이 매우 돋보였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세상이 두 손 놓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바로 그 상황을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는

엘리사의 역할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날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고 여기는

세상의 골 아픈 문제와 정면대결하여

놀라운 해결을 이루어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봅니다.

 

세상이 병들어 있습니다.

세상이 앓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팔고 방황하며

마음이 찢어져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 누구도

골 아프고 복잡한 일을 떠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 심각한 사태를 남의 일로 방관합니다.

오직 자신의 안전한 삶만을 추구하며 벽을 높이기만 합니다.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어느 한 사람이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이론에 편승한

이기적인 삶이 곧 지혜로운 처신인냥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문제 앞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은

세상과 똑같이 세상의 방법으로 대처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세상만큼 돈을 가져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

세상과 똑같은 것을 자랑하며

세상을 짓눌러야 승리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일 등등의

세상 방법을 따를 때 그리스도인의 자존감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예언자입니다.

이 세상을 고칠 능력을 부여받은 치유자입니다.

아픈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이 활동하기 원하십니다.

세상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으로 세상을 감동시키기 원하십니다.

세상을 이기는 것은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능력입니다.

세상을 낫게 하는 것은 주님의 사랑입니다.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하느님의 진리만이 우리의 힘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세상의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을

교회가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당신의 뜻을 살펴

옷을 찢으며 애통해하는 세상을 감싸 안아 위로하기 원하십니다.

세상의 골 아픈 문제들을

그리스도인들이 나서서 해결해주라 하십니다.

 

그날 엘리사 예언자는 나아만의 예물이나

세상의 의술이나 자신의 힘에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하늘의 능력으로 회복시켰습니다.

엘리사 예언자는

치유는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서”(집회 38,2) 오는 것임을 확신했기에

성령께서 그 마음에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주어라. ()

주님께서 너에게 보상해 주시리라”(잠언 25,21)는 말씀으로

일깨워주셨으리라 헤아려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모든 걱정과 염려를 맡겨주기 원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라며 독려하십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치고 옷을 찢게 되는

기막힌 상황들을 당신께 맡김으로써 평화를 누리기 원하십니다.

그 말씀에 의탁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갖은 문제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기대하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방법과 힘을 쏟다 지쳐서 잠 못 이루며

골머리를 썩는 일이 없기를 소원하십니다.

우리는 오늘 이 시간,

앞이 캄캄한 어둠에 갇혀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어 울부짖는 사람들을 위로하라는

주님의 채근을 듣습니다.

그들에게 기쁨의 옷을 입히고

찬미의 허리띠로 단장시켜 주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아만 장군처럼

하느님의 권세를 인정하여 주님께 무릎 꿇고

주님을 찬양하기를 꿈꾸시는 주님의 뜻에 맞갖도록

우리 믿음이 돈독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두려움의 그늘에서 떨고 있는 이웃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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