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26주일

(2019. 9. 29 아모 6,1.4-7; 1티모 6,11-16; 루카 16,19-31)

 

오늘 비유의 말씀을 새겨듣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돈이 많았던 부자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것이고

가난한 사람만 천당에 갈 것이라는 논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경은 결코 부유함 자체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정직하게 일해서 벌은 돈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인 것을 하고 있습니다.

돈은 그 자체로 악이 아니고 돈이 많아야만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은 우리들에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볼 때 돈 많은 부자가 돈이 많았다는 이유로

지옥에 간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또 오늘 복음을 보면 그 부자가 무슨 나쁜 짓을 했다는 내용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십계명 가운데 무엇을 범했다는 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의 부자는 하느님의 십계명을 범한 죄인도 아닌 것입니다.

부자로 사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큰 죄를 지은 일도 없는데

이 부자는 왜 지옥에 빠졌는가?

바로 여기에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핵심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는 아주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자의 집 대문간에는 거지 나자로가

부자가 손을 닦고 버린 빵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기 위해 누워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자로에게는 버려지는 것조차 풍족하지 못했으며

자신의 종기를 햝은 개를 쫒아낼 힘도 없는 비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 거지가 부자의 집 대문간에 누워있었다는 것은

부자가 그 거지를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하루에 몇 번씩 집을 드나들면서 그 거지를 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자는 나자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눈길 한번이 아니라 음식 찌꺼기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 부자가 인색해서, 나쁜 사람이어서

그 거지에게 음식 찌꺼기도 주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부자는 다만 자기 집 대문간에 앉아있는 거지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부자는 오로지 자신이 즐겁게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요.

내 돈으로 인생을 즐길 궁리만 하였습니다.

오늘은 무슨 음식을 먹을까, 오늘은 누구를 초청해서 잔치를 벌일까,

내일 있을 파티에 어떤 옷을 입고 갈까,

집의 소파가 적은데 이번에는 어떤 것으로 바꿀까,

이렇게 부자는 자기를 위해서만 돈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돈 쓰기 바쁘고 즐거워서

자기 집 문간에 있는 거지 나자로에 대해서

눈꼽만한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습니다.

부자가 가졌던 관심이 하느님의 관심과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

부자의 잘못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기 돈을 자기 좋을대로 쓰는 것을

일일이 나무라지는 않으십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상대방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무심한 것을 따지십니다.

그것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하느님의 것을

제 것인 줄 알고 흥청거리는 무지가 죄인 탓입니다.

 

우리들도 오늘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

나는 과연 내 옆에,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내 배우자에게 사랑스러운 관심을 가지고 사십니까?

남편이나 아내가 어떤 고통과 슬픔이 있는지

이해하고 같이 대화하고 있습니까?

우리 자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좋아하고 있는지,

무엇을 힘들어하고 있는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시어머니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며느리가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웃집 사람이 라면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같은 동네 살면서 옆집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옆집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고통이 있는지 관심이 있습니까?

테러로 인해 슬픔에 잠긴 이들과

그로인해 새로운 전쟁의 위기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까?

끊임없는 내전으로

거의 아사직전까지 가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을 보이셨습니까?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우리들에게

내 집 문밖에 누운 나자로인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잘 살기 위한 노력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 자기 주위, 자기만족을 위한 개인주의적 행복추구는

영원한 행복의 추구가 아닙니다.

 

관심이 무엇입니까?

한자말 그대로 풀이하면 내 마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본다는 뜻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내고 알아주는 것입니다.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내 마음의 본 바탕으로 진실을 보고 느끼는 것입니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렇게 내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그래서 죄 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자의 큰 잘못입니다.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들어도 듣지 못하게 내 귀를 막습니다.

내 것만을 챙기는 탐욕은 보아도 보지 못하는 눈을 갖게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진정 하느님을 향해 열어놓았을 때

우리들은 결코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과 사건과 사고와 재해까지

무관심할 수가 없게 됩니다.

 

오직 자기만을 위해 재물을 쌓는 사람의 탐욕은

오늘 이 세상 삶에서부터 하느님과 멀어집니다.

절대로 건너 뛸 수 없는 구렁으로 분리됩니다.

그래서 사랑할 줄 모르고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의 가난은 비참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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