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21주일 <주님을 더욱신나게 합시다>

(2019. 8. 25 이사 66,18-21; 히브 12,5-7.11-13; 루카 13,22-30)

 

이사야서는 당신의 진심을 헤아리지 않고

형식적인 종교 생활에 매달려 지내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절규로 시작됩니다.

하늘아, 들어라! 땅아, 귀를 기울여라!”(이사 1,2)

그런데 오늘 우리가 듣는 이사야의 예언은 완전히 딴판입니다.

세상의 모든 민족들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시는

주님 음성에서 신바람이 느껴집니다.

그 무엇이 주님을 이토록 신바람 나게 했을까요?

 

하느님의 슬픔은

당신의 뜻을 몰라주는 이스라엘 백성의 청개구리 같은 행동과

삐딱한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선택된 선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뜻을 묵살하였습니다.

유일하신 주님의 능력을 체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세적인 기복신앙에 젖어 지냈습니다.

복을 준다고 믿는 바알과 함께 주님을 섬기는 죄에 빠져 지냈습니다.

너희를 머리가 되게 하시고 꼬리는 되지 않게 하실 것”(신명 28,13)이라는

달콤한 약속만 기억하고

듣고 따르면이라는 사항을 씁쓰레해 했습니다.

다른 신들을 따라가 섬기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는 모른척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이 움찔합니다.

주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신바람 나게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 모습이 떠오릅니다.

주님의 원칙을 알면서도

내 생각과 세상의 논리에 버무려 살아가는 행태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를 위해서 훈육하는 그분 말씀의 요지를

맘대로 해석하고

입맛대로 고치는 까닭에

주님께서 선포하신 신바람 나는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것이라 싶습니다.

때문일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한껏 부풀어 오른

우리 마음을 쿡 찔러 헛바람을 빼내주십니다.

당신의 나라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시고 가르침을 들었다고 해서

무사히 통과할 수 없는 곳이라고 딱 잘라 이르십니다.

한 번 닫힌 문 앞에서 암만 두드려봤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엄포를 들려주십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는데

너희만밖으로 쫓겨나 있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살벌한 경고를 내지르십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실만으로

천국의 좁은 문이 넓어지는 기적이 일어날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것만으로

하늘나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어서 착각에서 깨어나라는 일갈입니다.

하느님께 선택을 받았음에도

천국 문에 들어설 수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삶을 살펴 단속하라는 일깨움입니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바람은 한결 같습니다.

자녀들이 부모님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그 말씀에 준하여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자녀들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 부모님은 신바람 납니다.

자녀들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듬뿍 지원하고 한껏 응원해 줍니다.

주님께서도 우리 생각을 뛰어 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를 축복하고 싶으십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는”(에페 4,15) 축복을 얻도록

전부를 쏟아 뒷바라지 하고 싶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예수님을 닮아 살아갈 것을 다짐할 때

신바람 나십니다.

그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도록 이끌고 도우십니다.

설사 우리들이 주저앉아 미적댈 때에도

얼른 다가와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다시 달려갈 수 있도록 부축하시는 까닭입니다.

이러한 의탁이 하느님을 감동시킵니다.

 

우리는 그날 하느님을 그토록 신바람 나게 했던

구원 계획에 따라서

신비의 은총을 입은 주인공입니다.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 좁은 문을 향해서

길을 나선 특별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그 문이 매우 좁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숙지시키십니다.

그만큼 거룩한 삶을 살아 열매를 맺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러주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민족들과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중에서 뽑힌

고귀한 품격을 지닐 때

세상의 머리가 되어 살도록하실 것입니다.

구원의 바깥에서 서성이던

꼴찌를 첫째가 되게 하시는

멋들어진 주님의 뜻에 탄복합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주시는 훈육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그분께 책망을 받아 낙심하지 않는

믿음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합니다.

천국에 들어가는 최고의 방법은

주님을 신나게 해 드리는 일임을 깊이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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