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17주일 <바로 내가 주님께서 찾는 한 사람입니다>

(2019. 7. 28 창세 18,20-32; 콜로 2,12-14; 루카 11,1-13)

 

오늘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비밀,

즉 소돔성의 멸망 계획을 털어놓으십니다.

소돔성이 저지른 죄악이

주님의 저울에 너무나 무겁기때문이라는 이유까지 설명하십니다.

그런데 성경은

하느님께서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기랴?”

단순한 마음으로 그 말씀을 들려주신 사실을 밝힙니다.

그래서 더욱

소돔성의 멸망을 다시 고려해 주실 것을 거듭 간청하였던

아브라함의 마음씀이 돋보입니다.

 

만약에 그가

소돔의 막가는 삶의 행태를 비웃고 비난하는 사람이었다면

틀림없이 한마디라도 더 보태려 고자질을 했을 것이고

백번 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역성을 들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어쩌면 옳으신 주님의 판결이니 어련하시겠냐!”라거나

혼쭐이 나도 마땅하다며 속으로 고소해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들을 위하여

조심히 간곡하게 애원하였으니,

아브라함이 지녔던 탁월한 인품의 향취가 확 풍겨옵니다.

쉰 명에서 마흔 다섯으로

마흔에서 서른으로 조심조심 주님의 의중을 타진하면서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지,

지금 제 심장까지 달락 대는 기분입니다.

그날 아브라함은 소돔을 구하기 위해서

주님의 공정은 결코 의인을 죄인과 함께 멸망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끈질기게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습니다.

마침내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주님의 다짐을 받아냈을 때,

아브라함은 휴우~” 하고 큰 숨을 내쉬었을 것 같습니다.

 

그 큰 도성 안에서

겨우 열 명의 의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 싶습니다.

설마의인 열 명이 없어서

도성이 멸망당하는 비극은 결코 없으리라 믿으며

두 다리를 쭉 펴고 잠을 청했을 것도 같습니다.

 

문득 그날 소돔에서 열 명의 의인을 찾지 못하여

끝내 멸망시키셨던 하느님께서

예루살렘을 패망시키기에 앞서

단 한 사람의 의인을 찾으신 사실이 떠오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에게 예루살렘에서

올바르게 행동하고 진실을 찾는 이를 찾기만 하면

내가 그곳을 용서할”(예레 5,1) 것이라고

의인의 숫자를 확 줄여 협상해 오신 일이 기억납니다.

단 한 사람의 의인을 찾지 못하여 패망을 결정하셔야 했던

주님의 심정을 헤아리게 됩니다.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돈도 아닙니다.

몇 사람의 의인이 이 세상을 살립니다.

하느님 앞에 의로운

한 사람덕분에 세상이 유지됩니다.

주님 보시기에 의로운 이들의 삶이

땅에 주님의 자비를 끌어내리는 동아줄입니다.

끝내 멸망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까지도 품어 아우르는

아브라함처럼 달려들어 간청하는

연민의 기도야말로 세상의 버팀목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당신의 기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을 일깨워주십니다.

그 사랑을 깨닫고 기억할 때

더 넓고 깊은 사랑의 삶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썩은 세상을 살리는 부활의 심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찌르는 악인들,

피로 범벅된 옷가지를 벗겨 나누는 악당들,

희롱하고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매달려 죽이는 이들의 구원을 위해서

간청했던 당신을 닮을 때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귀띔입니다.

우리 모두의 간구가

아브라함처럼 의로울 수 있다는 격려로 듣습니다.

이스라엘을 지킨 힘은

언제나 의로운 소수에서 비롯되었음을 잊지말라는 당부로 새깁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의인 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구석구석 살펴봐도 마침내 멸망당할 죄악만 가득한 세상이

가엾어서

하느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의인의 삶을 넘어선 사랑의 삶으로 하느님을 감동시키셨습니다.

오늘 세상은 하느님께서 그토록 원하셨던

의인 예수가 있어 구원되고 있습니다.

끝내 의로운 사람을 승리하게 하시고

언제나 의로운 사람들로 인해서

나라와 민족과 이웃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하실 것이란

주님의 약속은 세상 끝 날까지 유효합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은혜를 끌어들이는 존재가 되기 원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의 의로움이 세상을 치유하기 원하십니다.

누구보다 먼저

주님의 의로움을 살아내는

거룩한 욕심쟁이가 되어야할 이유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눈에 드는 귀한 삶을 살아야할 이유입니다.

그 주인공이 되시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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