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6 09:45

가정교리 35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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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리 제 35 과 - 예수님이 수난을 받으실 때, 그분 곁에는 아무도 없었나요?

 

《예수님이 잡히신 후, 그분과 가까이 지내던 많은 제자들은 그분을 버리고 떠나갔어요.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 못 박히셨을 때 단지 몇몇 사람만 그분 곁을 지켰지요. 그분을 따르던 여인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요한만 남아 있었어요.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 근심 중에 기도하고 계셨을 때, 제자들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잠들어 있었어요. 유다 이스카리옷은 스승을 배반하여 예수님을 은돈 서른 닢에 팔아넘겼어요. 그리고 사도들의 대표였던 베드로는 마치 예수님을 모르는 것처럼 말하며 그분을 배신했어요.》(『Youcat 프렌즈』p.68)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은 마음이 산란하시어 드러내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요한 13,21) 이 말씀에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산란한 마음에 함께 머물러 봅시다. 이제 곧 붙잡히실 것이고 극심한 모욕과 수난과 죽음을 겪을 것을 미리 알고 계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되시는 것도 사랑하는 열 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의 배신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 제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계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예수님은 당신을 배반할 제자인 유다까지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그의 발을 정성껏 씻어주셨고, 그의 이름을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도 폭로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유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요한 13,27) 예수님은 유다가 당신을 배반할 것을 알고 계시면서도 유다를 만찬 자리에서 밖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길로 유다는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에게 가서 예수님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유다가 나간데 이어서 예수님은 베드로가 당신을 부인하리라는 것도 미리 알려주셨습니다. 유다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베드로가 닭이 울기 전에 당신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닭이 울기 전에’ 라는 말은 밤을 의미합니다. 바로 최후의 만찬이 끝나는 그 밤이 지나기 전에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실제로 닭이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거짓말이면 천벌을 받겠노라고 맹세까지 하면서 부인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해 봅시다. 유다에 이어 으뜸 제자인 베드로마저 당신을 배반할 것을 미리 알고 계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예수님도 인간이셨기 때문에 실망과 배신감을 분명히 느끼셨을 것입니다. 제자의 배반을 미리 말해줘야만 하는 스승님의 마음을 우리는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당신을 배반할 제자들의 발을 끝까지 씻어주시고,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만을 헤아려볼 뿐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자주 예수님을 배반합니다. 예수님께 해드렸던 약속도 너무나 쉽게 깨뜨려 버리고, 다시는 짓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죄도 또다시 지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자주 유다가 되고 베드로가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우리들을 끝까지 사랑하십니다. 끝까지 우리의 발을 씻어주시고 우리에게 생명의 빵인 당신의 몸을 나누어 주십니다. 한없이 비참한 죄인들인 우리에게 예수님의 이 끝없는 사랑은 정말 기쁜 소식이며, 유일한 희망의 원천이 됩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이 끝없는 사랑은 사도 바오로의 다음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1코린 1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