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9 23:05

가정교리 48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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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리 제 48 과 - 성령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시나요?

 

《우리는 성령의 모습을 완전히 알 수 없어요. 어느 누구도 성령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성령이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성경은 성령의 모습을 알려 주기 위해 다양한 상징을 이용해요. 성령은 불과 같이 강하시고 또 비둘기처럼 온화하신 분이에요. 때로는 태풍처럼 휘몰아치기도 하지만 잔잔한 바람처럼 부드럽게 다가오시는 분이에요.》(『Youcat 프렌즈』p.89)

 

‘영’靈 이라는 용어는 히브리어 ‘루아’Ruah를 번역한 말로서, 이 단어는 본래 숨결, 공기, 바람 등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상징들로 드러납니다.

 

1. 물

 

물은 세례성사에서 성령의 활동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탄생을 위한 잉태가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세례수는 하느님의 생명으로 우리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성령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기름부음

 

그리스도(히브리어로 ‘메시아’)는 하느님의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분’을 의미합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느님께 ‘기름부음을 받은 이들’이 여러 명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특출한 예가 바로 다윗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더 독특한 방식으로 하느님께 기름부음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로 세워지신 것입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셨고, 시메온을 성전으로 이끌어서 그리스도를 만나 뵙게 해주셨습니다. 성령의 힘은 예수님의 치유와 구원의 행위들 안에서 드러났습니다.

 

3. 불

 

물이 성령 안에서 주어지는 생명의 탄생과 풍요로움을 가리킨다면, 불은 성령의 활동이 지닌 변화시키는 힘을 상징합니다. 예언자 엘리야는 자신의 기도로 가르멜 산 위의 제물에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도록 했습니다.(1열왕 18,38-39 참조) 이 불은, 닿는 것을 변화시키는 성령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성령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성령께서는 오순절 아침에 ‘불길 같은’ 혀의 모양으로 제자들 위에 내려오셔서 그들의 마음을 채우셨습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은 전통적으로 불이 성령의 활동을 가장 잘 표현하는 상징의 하나로 간직해 왔습니다. 사도 바오로도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1테살 5,19)

 

4. 구름과 빛

 

구약성경에서 구름은 하느님의 초월적인 영광을 감싸며 그분의 현존을 알려주는 표지였습니다. 시나이 산에서 모세와 더불어, 만남의 장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걷는 동안에, 그리고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할 때 구름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구약의 이 구름이 신약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성령께서 동정 마리아 위에 내려와 ‘감싸 주시어’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게 하셨습니다. 또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가 일어난 산에서도 성령의 구름이 일어서 모세와 엘리야,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감쌌습니다.

 

5. 비둘기

 

홍수 ― 홍수는 세례성사의 상징입니다. ― 가 끝났을 때,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는 땅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싱싱한 올리브 가지를 부리에 물고 돌아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그분 위에 내려와 머무르셨습니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세례 받은 이들의 정화된 마음에 내려오셔서 머물러 계십니다. 어떤 성당들은 제대 위에 매달린 비둘기 모양의 금속 그릇(columbarium, ‘비둘기’라는 뜻의 라틴어 columba에서 유래한 것)에 성체를 모셔 둡니다. 성령을 암시하는 비둘기의 상징은 그리스도교 성화상의 전통적인 주제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런 해설을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성령을 보내시면서 두 가지 모습으로 성령을 드러내셨습니다. 비둘기와 불이 그것입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비둘기가 주님 위로 내려왔고, 제자들이 모두 모여 있을 때에는 불이 나타났습니다.

 

비둘기는, 성령으로 거룩하게 된 이들은 교활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불은 우리에게, 순박함이 열정 없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혀들이 갈라졌다는 말을 두고 고심하지 마십시오. 갈라진 혀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언어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많은 언어가 있지만, 혀들이 갈라졌다는 말이 분열을 암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혀들이 갈라졌다는 말로 인해 분열을 걱정하지 말고, 비둘기 안에서 일치를 보십시오.”(『요한 복음 강해』6,3)

 

또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성령의 ‘열매’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 잘난 체하지 말고 서로 시비하지 말고 서로 시기하지 맙시다.”(갈라 5,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