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14:14

가정교리 44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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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리 제 44 과 -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정말로 끝이 나나요?

 

《네. 이 세상에 시작이 있듯이 마침도 있어요. 그러나 하느님은 이 세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계셨고 우리의 삶이 끝나는 세상 마지막 날에도 언제나 항상 계실 거에요.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세상이 끝난다는 말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희망하는 세상의 마지막은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아니에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우리와 만나기를 기다리시는 때가 바로 세상의 마지막 때에요.》(『Youcat 프렌즈』p.84)

 

구약의 이사야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 이스라엘의 임금님, 이스라엘의 구원자이신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처음이며 나는 마지막이다. 나 말고 다른 신은 없다.’”(이사 44,6) 신약의 요한 묵시록도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묵시 1,8)

 

‘알파’(=Α,α)는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이고, ‘오메가’(=Ω,ω)는 그리스어 알파벳의 끝 글자입니다. 하느님 친히 당신께서 ― 정확하게 표현하면 ‘당신만이’ ― 처음이며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초세기 교부 떼르뚤리아노는 요한 묵시록의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했습니다. “주님께서 두 개의 그리스어 글자, 곧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이용해 당신 안에서 합쳐지는 시작과 끝을 같은 식으로 표현하셨습니다. 알파는 오메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며 오메가는 순환을 끝내고 다시 알파로 돌아가는 것처럼, 주님께서는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그리고 끝에서 다시 시작으로 만물의 과정이 당신 안에 있음을 보여 주시고자 하셨습니다. 모든 거룩한 섭리는 그분을 통하여 시작되어 그분, 곧 육이 되신 말씀 안에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일부일처제』5)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이 말씀을 이렇게 해설했습니다. “주님께서는 묵시록에서 직접 꾸밈없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처음이며 마지막이다.’(묵시 1,8.17) 이는 그 전에 아무도 없었고 그 뒤로도 아무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분은 만물에 앞서 나셨으며 만물에 기한을 정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처음이신 그분을 바라보고 싶습니까?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습니다.’(요한 1,3) 여러분은 마지막이신 그분을 추구하십니까? ‘그리스도는 율법의 끝이십니다. 믿는 이는 누구나 의로움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로마 10,4) 지금이든 언제든 여러분이 사는 것은 그분이 여러분의 창조주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영원히 사는 것은 그분이 여러분의 구원자이시기 때문입니다.”(『설교집』299B.1: 거룩한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 축일 설교)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죽음은 인간의 지상 순례의 끝이며, 지상 생활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실현하고 자신의 궁극적 운명을 결정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자비의 시간의 끝입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지상 생활이 끝난 다음 인간은 또 다른 지상 생활을 위해 돌아오지 못합니다.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입니다.’(히브 9,27) 죽음 뒤에 ‘환생’이란 없습니다.”(1013항)

 

교리서의 설명대로 우리 인간에게는 죽음으로써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끝납니다. 탄생으로 시작된 우리의 삶이 죽음으로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만이 유일하게 모든 것의 시작이며 마침이신 분이므로, 우리의 탄생과 죽음 또한 하느님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자신에게는 이 세상의 끝이며 종말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고, 죽음 이후에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리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에게는 이 세상의 끝인 자신의 삶의 종말로 모든 것이 다 끝나버리는 것(=멸망, 허무)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과의 직접적이고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의 끝이 멸망이나 허무함이 아니라, ‘불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불멸’의 상태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불멸에 관한 이러한 신앙적인 관점은 결정적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만이 영원히 ‘불멸’하는 존재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하느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불멸’의 상태로 불러 주시기에, 인간이 그저 멸망이나 허무로 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불멸성’은 하느님 안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사랑의 관계로부터 발생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원자Atom’가 아니라, ‘관계Beziehung’이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그분은 생명이십니다. 여기에서부터 인간적 사랑이 마주보는 것에도 영원-신비의 빛이 비칩니다. 존재의 그러한 관점으로부터 제시되는 길은 이렇습니다. 관계는 불멸합니다. 열린 마음은 불멸하지만, 닫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닙니다. 불멸하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기에, 그 관계 또한 불멸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