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셨을 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우리도 세례를 받을 때 똑같은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모든 세례의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딸이다.” 이렇게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납니다.
세례성사만큼 큰 은총의 통로는 없습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모든 죄를 용서받고 정화됩니다. 그리고 새 사람으로 다시 나게 됩니다. 세례는 인간을 은총의 지위로 올려줍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례성사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4세기 밀라노의 주교이자 교회학자였던 암브로시오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교회 안에는 두 가지의 물이 있다. 하나는 세례의 물이고, 다른 하나는 회개의 눈물이다.”
사람이 흘리는 눈물 중에 회개의 눈물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겠습니까? 회개의 눈물은 사람을 내적으로 변화시켜 새 삶을 시작하게 해 줍니다. 그런 점에서 회개의 눈물은 세례의 물이 가진 은총을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반면에 신자가 되었어도 삶에 진실한 회개의 눈물이 없으면 그가 받은 세례의 은총은 점차 빛을 잃게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진정으로 회개할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십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스스로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 진실한 회개의 눈물이 있는가? 나는 혹시 회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닌가?
* 내일부터 구유가 치워집니다. 올해 맞이할 성탄에는 여러분 가정에도 구유를 꾸며보시면 좋겠습니다. 방송 녹음 등으로 바쁜 부주임 신부님의 휴식을 위해, 다음 주일까지는 제가 강론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