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환자를 고쳐 주시는 예수님 이야기를 오늘 복음에서 듣습니다. 나병 환자는 예수님을 만나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은총을 청합니다.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낮추고 간절하게 청했다는 뜻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자세는 그래야 합니다.
사제 서품 예식 중에 성인 호칭기도를 할 때, 서품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립니다. 주님 앞에 가장 낮은 자세로 은총을 청하는 것입니다. 기도가 끝나고 일어난 자리에 보면 여기저기 눈물 자국이 보입니다. 그렇게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면, 자신이 얼마나 비천한 존재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눈물로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께 은총을 청하려면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냥 한두 번 청하다 마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고 끈기 있게 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은총을 청하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오늘 남천성당에서 사제·부제 서품식이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부모와 본당신부님 등 몇몇 관계자들만 참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사제들에게 이런 강론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제들은 마치 비행기와 같다. 추락할 때만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비행기가 잘 날고 있다. 사제들을 비난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는 적다.” 이 말씀을 하시면서 사제들에게 “여러분의 사제직이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한 것인지를 잊지 말고 잘 살아주기 바란다.”하고 당부하셨습니다.
새신부님들이 태어나는 오늘, 비록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해주지는 못하지만, 아무쪼록 소식이 들리지 않아도 좋으니, 어느 곳에서든 소리 없이 잘 나는 비행기들이 되어주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