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입니다. 요즘 ‘엠마오’라는 말은 성주간과 부활대축일을 지낸 후에 가는 봄나들이의 이름처럼 사용되지만, 원래 엠마오는 예루살렘 근처의 작은 마을입니다. 그리고 봄나들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지만, 오늘 복음의 두 제자는 절망하여 침통한 심정으로 엠마오로 갑니다.
희망을 걸었던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무기력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본 그들은 절망과 슬픔 속에 예루살렘을 떠납니다. 여인들과 사도들이 전해 준 빈 무덤 이야기를 들었지만,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직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복음은 “눈이 가리어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성경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부분들을 설명해 주시고, 또 저녁 식탁에 앉아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에야 비로소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보았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눈이 가리어 있으면 주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분께서 내 곁에 계시고, 내 인생의 여정에 동행하고 계시는데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육신의 눈은 멀쩡해도 영적인 눈이 멀어 있으니, 절망과 불신에는 쉽게 빠지면서 믿는 데는 굼뜨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미사를 재개하는 날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 안에서 그리고 빵을 떼어 주시는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날을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합시다.
오늘 부활 제3주일을 기쁘게 보내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