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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수님은 부활 이후 바로 승천하시지 않고 사십일 동안(사도 1,3)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까? 신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부활 후 예수님의 발현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부활하신 당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과 동일한 실체임을 확인시키시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활 선포의 사명을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는 것과 성령을 받아라.’고 숨을 불어넣으시는 장면은 이 두 요소를 아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현에 담긴 예수님의 의도를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위로작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용기를 주려 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간 첫날 저녁 모임에 문을 모두 잠가 놓고있을 정도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십자가라는 충격적인 사건 앞에 제자들이 느꼈을 절망과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었겠지요. 그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두 번이나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인사하십니다. 요한복음에서 평화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관계됩니다. 그분 자신이 평화의 원천인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인사는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 두려워하지 마라.”하는 확신을 제자들에게 심어주시려는 것입니다. 주님을 뵙고 제자들은 기뻐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항상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이 만남의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는 여전히 믿지 못합니다. 인간의 불신은 뿌리 깊습니다. 그리고 그 불신의 근저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토마스는 두려워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인간의 기준으로는 너무 엄청난 사건이어서 동료들의 증언을 듣고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자국에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복음을 믿기를 두려워하는 모든 인간의 전형입니다. 자신의 눈과 손의 감각으로 확인해야만 믿겠다는 태도는 단순히 과학적인 검증을 요구하는 이성적 차원의 불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의 감각이 마비되고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의 표현입니다. 여드레 뒤에 다시 나타나신 예수님은 토마스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는 말씀 안에는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믿어라.”, “두려워하지 말고 복음을 믿어라.”는 그분의 격려가 담겨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제자들의 두려움을 믿음으로 변화시킵니다. 이 믿음은 토마스의 입을 통해 극적으로 고백됩니다.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주님하느님이라는 두 칭호가 결합된 이 고백 안에는 부활사건을 체험한 초대교회 전체의 신앙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복음을 믿기를 두려워합니다. 세상의 기준과 가치를 뛰어넘는 투신을 복음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문턱을 넘어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된다면, 두려움으로 닫힌 마음의 문은 기쁨으로 열릴 것입니다. 참 평화이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복음을 믿읍시다.

 

오늘은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주일입니다. 이 세상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타인을 향한 우리의 자비심도 되돌아보는 주일을 보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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